***풍경소리/염화실의 향기
고봉 선사 / 동서가 십만 남북이 팔천
slowdream
2008. 1. 9. 17:02
동서가 십만이고 남북이 팔천이다.
작은 먼지도 서지 않고 작은 풀도 나지 않아서
가고 옴에 걸림이 없고 妙用이 자유자재하다.
다만 넉넉히 이 안에 몸소 이르러도
다만 이것은 根本을 버리고 枝末을 따르는 것이며
禍를 끌어오고 재앙을 불러오는 것이다.
무엇이 이 근본인가?
(주장자를 던지고 이르기를)
전륜왕의 세 치 쇠 혀를 뽑아 던지더라도
분명히 온 세계는 이 칼과 창이로다.
머리를 숙이고 하늘을 찾는 것이며
얼굴을 들고 땅을 찾는 것이다.
다리가 절뚝거리고 손이 떨리니 멀고 아득하다.
문득 서씨 집안의 열셋째 아들*을 만나면
“애!” 하는 것이 원래 다만 이 안에 있다.
(무릎을 치고 말하기를)
이 안에 있더라도 섣달 그믐날이 오면
또한 눈 뜨고 귀신을 볼 것이다.
고봉 선사 <선요>
* 춘추전국시대 서씨가 열셋째 아들을 잃었다가 우연히 전쟁터에서 찾아 기뻐했던 일을 가리킴
사진 / 상현달/ 문화일보 박상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