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숙자가 ‘한끼’만 먹는 이유
[행복 한그릇]한 노숙자가 ‘한끼’만 먹는 이유
재화씨는 민들레국수집의 VIP 손님이 되신 지 넉달쯤 되었습니다. 막노동을 하면서 지냈는데 허리를 다치고 난 후에는 일도 못하고 빌려 준 돈도 떼이고 어쩔 수 없어 부평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십니다. 재화씨는 하루에 한번씩 오셔서 식사를 하시면서도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십니다. 인사도 참 잘하십니다. 얼마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물어보았습니다. 하루에 몇번 식사하시느냐고요. 한번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하는 것뿐이랍니다. 국수집이 쉬는 날은 돈이 있으면 컵 라면을 사 먹기도 하고 돈이 없으면 그냥 굶는다고 합니다. 적어도 하루 두끼는 드셔야 합니다. 부평역 근처에서 노숙을 하시니까 내일부터는 오전과 오후 두번 오셔야 한다고 말했더니, “나보다 더 배고픈 이들도 먹어야지요”. 그래서 제가 무섭게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한번만 오시면 앞으로는 출입금지입니다. 적어도 두끼는 드셔야지요.”
그런데 다음 날 오후 늦게 오셨습니다. 왜 오전에 안 오셨냐니까 두 번 먹는 게 미안해서라고 합니다. 민들레 국수집에 하루에 다섯 번까지 와서 식사하신 분도 있거든요. 내일부터는 꼭 두 번 이상은 오셔서 밥을 드셔야 한다고 다시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재화씨가 그때부터 보름 정도 하루에 두 번씩 오셔서 식사를 하셨습니다. 얼굴이 점점 보기 좋아졌습니다. 한번에 드시는 양도 보통 어른들처럼 줄었습니다. 그러더니 며칠전부터는 하루에 한번만 오십니다. 오실 때마다 이천원, 오천원, 삼천원, 오천원, 이천원을 제게 주십니다. 반찬거리 사는 데 조금 보태달라고 그럽니다. 요즘은 고물을 줍기 시작했는데 아픈 허리 때문에 많이는 못하고 겨우 한 끼니 정도는 사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귀한 돈을 잘 모아 두었다가 재화씨 어려울 때 돌려드리겠다고 했더니 굳이 반찬 사는 데 보태라며 거절합니다.
참 기쁜 날입니다. 재화씨에게 방금 조리한 오징어 볶음을 듬뿍 드렸습니다. “오징어 한마리 삼백원.” 조그만 생선 트럭이 지나갑니다. 우리 손님들께 해 드리면 좋겠다 싶어서 오징어를 오천원어치 샀습니다. 그런데 한마리에 삼백원하는 작은 오징어가 아니라 오백원하는 큰 오징어를 마흔마리나 담아주시면서 오천원만 달라고 합니다. 인간극장에서 민들레 국수집을 잘 봤다면서 그냥 드려야하는 데 오천원 받아서 미안하시다면서 주고 가십니다. 그 오징어로 요리한 음식이니 얼마나 맛있게 손님들이 드시는지요. 오늘은 민들레 국수집에 ‘바다이야기’가 풍성합니다. 무를 넣고 고등어조림도 했습니다. 미역줄기도 볶고 오징어 볶음도 만들었습니다. 김도 푸짐하게 내었습니다.
〈서영남/민들레국수집 운영〉
출처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