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착한 글들
'무애(無碍)에 관한 명상'
slowdream
2008. 2. 10. 03:29
무애(無碍)에 관한 명상
개에게 무슨 말을 했는데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고
자꾸 손을 핥는다
한참을 그러다가
무애(無碍)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벌판에 내리는 눈 속에
한순간 개의 혓바닥도
내 손도
그나저나 그도 나
오늘 겨울 강을 건너는
한 마리 짐승이라 생각되었다
거칠 것이 없었다
그가 무어라 짖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 없고
눈 속에 파묻힌 그의 네 발을
핥아보고 싶은 것이다
우대식 / '무애(無碍)에 관한 명상' / 시집 '단검'(실천문학사) 수록
소통이란 거짓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그의 언어로 말하고, 나는 나의 언어로 말한다. 그런데 언어를 벗어난 어느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경험한다. 지상의 삶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날카로운 부정의식으로 가득찬 이 시집에는 그런 서정적 시간들이 번뜩이고 있다. 그런 순간을 꿈꾸는 시인은 자유를 위해 영원히 방랑하는 낭만주의자다.
<경향신문 한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