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좋은 책들

잡설품(雜說品)

slowdream 2008. 7. 29. 16:06

 

 

 

 

문체를 비롯, 주제의식에 있어서도 한국문단에 독보적인 자리를 굳힌 작가 박상륭.

20여 년 전 <죽음의 한 연구>를 소화하느라 골머리를 앓던 기억이 새롭다.

아마도 끝까지 갈피를 넘기지 못했으리라.

불교와 인연이 닿은 지금 <잡설품>을 대하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파해내기가 그닥 어렵지는 않지만,

독특한 화법과 문체에 여전히 갈피를 넘기는 손길은 더디기만 하다.

3부작의 하나인 <칠조어론> 또한 이번 무더위에 읽어볼 요량이다.

옛과 지금, 동과 서를 망라한 종교와 철학, 신화에 관심이 큰 이라면

한번쯤 대해도 크게 서운하지는 않을 작품들이다.

인터넷 서점 <yes24>의 책소개가 깔끔하여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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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 종교 신화 철학을 아우르는 심오하고도 방대한 사유와 우주적 상상력으로 한국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다져온 작가 박상륭의 신작. 작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글을 잡설(雜說)이라고 칭하고 있는데, 잡설이란 “경전과 소설 사이에 있는 글”이라는 뜻이다. 중생들이 경전을 읽어 이해하기 쉽지 않으므로, 중생들의 귀에 들어가도록 호소력 있게 쓴 글의 형식이라는 것이다. 품(品)은 『금강경』등의 불교 경전에서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되는 형식이다.

 

『잡설품(雜說品)』은 200자 원고지 2천 매를 훌쩍 넘는 방대한 분량에, 등단 이후 40년 넘게 농축되어온 박상륭 문학의 정수를 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이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죽음의 한 연구』의 제5부가 될 마지막 책인 셈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중국 선종의 육조대사 혜능을 주인공으로 한 『죽음의 한 연구』가 제1부라면, 여기에 이어지는 3부작 소설 『칠조어론(七祖語論)』은 혜능 이후 대가 끊긴 선종의 칠조대사를 가상으로 내세운 제2부부터 제4부까지이다. 여기에 마침표를 찍는 『잡설품(雜說品)』이 제5부가 되는데 역시 가상의 인물인 팔조대사가 등장한다.

(물론 5부작이라고는 하나 연속되는 이야기가 아니니 『죽음의 한 연구』, 『칠조어론(七祖語論)』, 『잡설품(雜說品)』을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이 일련의 소설에 대해 줄거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육조는 죽음과 삶의 문제를 탐구하고, 칠조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난행고행을 하며, 팔조는 인간의 해탈을 이루고자 한다. 그런데 이러한 탐구의 과정이 선불교만을 통해 이야기 되는 것이 아니라, 불교, 기독교, 천주교, 힌두교, 라마교, 조로아스터교, 자이나교 등의 다양한 종교와 철학, 민담, 패설, 신화 등을 넘나들며 하나의 소설, 박상륭의 표현대로라면 하나의 잡설로 형상화된다.

 

일반 독자로서는 그의 지식과 사유의 깊이에 허우적거리며 숨이 턱턱 막히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고급 소설의 진수를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