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낡은 집
slowdream
2024. 11. 24. 02:20
낡은....집 /
“집이 낡으면 그늘이 깊어지지. 사람이 늙으면 몸이 무거워지는 법이거든. 그늘이 두껍게 쌓이면 어느덧 집의 윤곽이 무너지고, 몸이 무게를 더하다 보면 덜컥 주저앉아 영영 일어나지 못한단 말이야. 그 좋은 예가 바로 저기 있군.”
그가 침대로 다가가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여자 옆에 팔베개를 한 채 몸을 눕힌다.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휘청거린다.
“불행히도, 이 친구는 우울하지. 단순함과 소박함을 부인하는 것이란 말이야. 그런 탓에, 그녀의 눈빛은 참으로 고단하거든. 이 친구의 뿌리를 뽑아내 본다면 무엇이 딸려 나올지 궁금해지는군...가끔은 표정만큼 우리 시선을 기만하고 곧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 언제고 한번 칼날로 떠내서 그 밑에 무엇이 도사리고 있는지 확인해 봐야겠단 말이야.”
비에 젖기라도 한 양 그의 목소리가 점점 가라앉으며 쇳소리가 배어든다. 슬그머니 그가 눈길을 돌린다. 벽과 벽이 맞닿은 어름을 따라 게으르게 올라가던 초점이 천장과 만나는 지점에서 우뚝 멈춘다. 한 길이 끝나며 두 길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