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근심과 멧돼지 / 조영관

slowdream 2025. 2. 10. 20:02

근심과 멧돼지 / 조영관

 

 

한 사람을 사랑하기가 이리 힘든 것은

내 안의 깊은 근심 때문이다, 라고

썼다가 지운다.

 

이를테면 이러한 우울이란 얼마나 맑고 뜨겁고 쾌한 것인가

 

그래서 나, 그러한 쾌함이

질박하고 넉넉할 수만 있다면

그 사랑이 얼마나 장엄한 것일 것인가, 라고 썼다가

또 지운다.

 

장엄하지 않으면 또 어쩔 것인가.

 

멧돼지처럼 진퇴를 모르고

앞으로만 달려가는 그 외로운 질주들

 

그래서, 나 감히 쓴다.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너만을,

이 문장 위에서 잠시 나는 숨이 가쁘다.

 

그건 또 얼마나 컴컴한 벼랑일 것인가

 

영원함을 믿었던 그것으로, 솔직하다는 것으로

힘들었던

그 많은 날들은

 

그래서, 나, 내 사랑은 근심이거나 통속이거나, 라고 쓰다가,

이렇게 쾌한 우울 속에 있는 내가 바로 너이기에

너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그래서 사랑은 너와 나 사이 거대한 여백,

불 같은 침묵이라고만 쓰려다가

놓는 것, 내 마음의 경계가 또 가엾어

 

고개를 저으며 나는 쓴다.

보고프다, 그냥 보고프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