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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자본주의 모순과 대안으로서 불교-6

slowdream 2011. 12. 9. 16:18

14. 자본주의 모순과 대안으로서 불교-6
서로 의지처 되는 연기적공동체 필요
자본주의 대체하는 사회구성체 될 것

사회주의 공동체는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위기에 대해 성찰하고 사회는 개혁하였지만 개인의 깨달음이 따르지 않은데 결정적 실패요인이 있었다. 종교 공동체는 개인의 영혼을 거듭나게는 했지만 사회 체제를 개혁하지는 않아 사회와 통로가 열렸을 때 급속히 무너졌다. 대안의 공동체는 개인의 깨달음과 사회 체제의 개혁이 종합된 양식이어야 하며, 이를 잠정적으로 ‘연기적 공동체’라 하자.


연기적 공동체는 구성원 각자가 공(空)사상에 따라 자기를 비우고 타자와 내가 서로 의지처임을 깨달아 서로 상생하는 연기적 주체로서 실존하고 실천한다. 이는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종합한다. 마음껏 자신을 실현할 자유를 보장하되, 연기적 세계관에 따라 정의와 평등, 상생의 가치를 지향하도록 한다. 모든 생산수단과 도구는 공동의 소유로 하지만, 생산한 것의 50%는 필요에 따른 공동생산과 공동분배를 하며, 나머지 25%는 개인의 능력별로 인센티브를 주어 개인의 창의력을 발현할 동기를 부여하며, 25%는 장애인, 이주노동자 등 더 가난한 자에게 직접 베풀어 대자적 자유를 구체화한다.


능력이 아니라 필요에 따른 노동, 장애를 극복하는 자기실현으로서 노동, 철저히 자연과 공존하는 생태적인 노동을 한다. 그것이 불가능한 도시의 공동체는 유기농 농사를 짓는 농촌공동체와 연합관계를 형성한다. 단기적으로는 친환경 무상급식을 로컬푸드와 연결시키고 민중을 자각시키고 조직하여 신자유주의를 내파하는 진지로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 곳곳에 공동체를 만들어 이를 대체하는 사회구성체로 구성한다.


구성원간 노동의 목적과 방법에서부터 분할 비율에 이르기까지 전체 과정을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권력을 갖고 참여하는 거버넌스(governance)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시장과 자본제의 외부에서 물화를 극복할 수 있는 방편으로 따로 마을 화폐를 만들어 사용한다. 단 마을 화폐는 7일마다 10%의 가치가 감소되고 7주 후에는 0원의 가치를 갖게 하여, 교환과 유통의 기능만을 수행한다. 외적으로는 연기론에 따라 공동체와 다른 집단을 네트워킹하고, 내적으로는 진속불이(眞俗不二)의 원리에 따라 구성원간 상호주체성을 높이는 것이다.


학교는 지성, 야성, 감성, 연대를 함양하는 교육에 초점을 맞추되, 가르치는 것은 최소화한다. 우열이 아닌 차이에 의해, 각자가 동등한 능력과 재능의 소유자란 관점에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학습한다. 책 읽고, 사색하고,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서로 토론하고 함께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고 아름다운 것을 가슴에 담고 의롭지 못한 것에 저항하고 연대하는 감성을 기른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약자와 함께 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감의 연대와 정의로운 실천을 몸에 스미게 한다. 필요에 따른 노동을 최소화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 어울려 노는데 할애한다.


구성원 각자는 타자와 나를 연기적으로 파악하여 자발적으로 욕망을 절제하며, 자연히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으로 전환한다. 이를 수행하고 실천하기 위한 청규를 둔다. 모든 사람의 가치와 권력은 사회적 지위, 젠더, 나이, 재력에 관계없이 1대1로 동등하다. 가족 단위의 사생활은 보장하고 간섭도 하지 않되, 이를 벗어난 마을의 정책과 실현, 청규의 제정과 집행, 재정의 운영 등의 문제는 모든 이들이 동등한 권력을 갖고 참여하여 집담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이도흠 교수
이렇게 운영하되, 확고하게 정의관을 확립하고 깨달음에 이른 자라도 언제든 탐진치에 물들고, 이기심과 욕망에 기울어질 수 있기에 깨달음이 곧 집착이라는 명제 아래 매일 일정한 시간에 수행하고 참회한다. 이 사회가 모순의 극점에 와 있기에, 이는 외려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출처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