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行과 업業
오온에서의 행과 업은 어떤 차이를 갖고 있을까요.
행은 형성작용이며, 업은 생각과 말과 몸짓으로 짓는 의도적 행위입니다.
형성작용은 ‘그것이 그것이게끔 하는 작용’이므로 모든 법이 형성작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행과 업은 조건, 원인으로서 결과를 낳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행과 업이 동의어는 아니죠.
어떤 스님께서는 업이 행보다 상위의 개념이라고 규정하시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엔 되려 행이 업보다 상위개념으로 행이 업을 포함한다고 봅니다. 형성작용 가운데 ‘괴로움. 즐거움.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음’을 낳는 의도적인 업이 포함되는 것이죠.
12연기 지분에서 ‘식-명색’이 있습니다. 명색名色에서 명은 ‘수受, 상想, 사思, 촉觸, 작의作意’입니다. 오온 가운데 행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사, 촉, 작의’가 있죠. 여기서 사는 업입니다. 촉, 작의는 행이죠. 즉 업이 행의 하위개념임을 드러내고 있죠. ‘촉. 작의’는 의도가 없는, 업이 아닌 기계적인 생명활동이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촉은 수를 형성시키는 형성작용이며, 작의는 의식을 형성시키는 형성작용입니다.
감각기관과 대상 그리고 의식이 함께 하는 촉은 느낌의 경험을 가져오는 작용이지만, 어떤 느낌이냐는 ‘受와 想을 조건으로 하는 한순간 이전의 누적된 마음’이 결정합니다. 즉, 마음-> 대상을 인식-> 마음의 재구성-> 업-> 마음의 재구성-> 인식...이렇게 오온이 작동하면서 삶이 전개되는 것이죠. 쉽게 표현하자면, 마음을 토대로 인식하고 행위하는 유기적 시스템이 곧 연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