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걷는 네갈래 길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파세나디왕이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부처님. 한가지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됩니까. 바라문은 죽으면 도로 바라문으로 태어나고, 귀족은 죽으면 다시 귀족으로 태어나게 됩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대왕의 질문은 한마디로 '사람의 운명이란 한번 정해지면 영원히 변하지 않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단호하게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라고 가로 막으면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인생에는 밝음과 어둠이 있고, 그것은 다시 네갈래의 길을 만들어 갑니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이 그것입니다. 인생에서 이렇게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데는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어둠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어떤 사람이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나 빈궁하고 하천하게 살면서 몸과 말과 생각으로 악업을 지어 다시 비천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그는 피로써 피를 씻고 악으로써 악을 갚으며 뒷간에서 뒷간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이와는 달리 어둠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비천한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어둠 속에서도 몸과 말과 생각으로 선업을 닦아 훌륭하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그는 땅에서 평상으로 올라서고, 다시 평상에서 코끼리에 올라타는 것처럼 날이면 날마다 밝음으로 상승의 길을 걷는 사람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밝음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몸과 말과 생각이 올바르지 못해 악업을 지음으로써 그 과보로 비천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높은 누각에서 코끼리 등으로 내려앉으며, 다시 거기에서 평상으로, 다음에는 맨땅에, 그리고 마침내는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 밝음에서 밝음으로 들어가는 길이란 좋은 가문에서 태어나 항상 몸과 말과 생각으로 선업을 지음으로써 더욱 훌륭해지는 것을 말합니다. 비유하면 아름다운 누각에서 나와 더 아름다운 누각으로 옮겨가는 것과 같습니다."
잡아함 42권 1164경 경전인 <명명경(明冥經)>
인생이란 무대에서는 밝음과 어둠이 수시로 교체한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훌륭한 신분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탄탄대로를 달린다. 그러나 이를 믿고 방종하다가는 끝내 나락으로 떨어진다. 대통령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나쁜 친구와 어울리다가 마약중독자가 되어 감옥을 자기집처럼 들락거리는 사람이 그 좋은 예다. 반대로 태어날 태는 미천하고 보잘 것 없는 신분이었으나 불우한 환경을 역전시킨 사람도 있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마침내 세상이 부러워하는 재벌이 된 사람이 그 좋은 예다. 이렇게 인생이 유전하는 것은 결코 운명이나 팔자 때문이 아니다. 그가 하는 행위의 결과 때문이다.
부처님의 설명은 요컨대 사람의 운명이란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몸과 말과 생각으로 어떤 업을 짓느냐에 따라 정해진다는 것이다. 어둠에서 어둠의 길로 갈 것인지, 밝음에서 밝음의 길로 갈 것인지, 어둠에서 밝음의 길로 갈 것인지, 밝음에서 어둠의 길로 갈 것인지는 순전히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불우한 사람은 용기와 희망을 가져야 하고, 지금 형편이 괜찮은 사람은 겸손과 절제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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