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인격과 교양의 향기

slowdream 2009. 5. 24. 00:20

인격과 교양의 향기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날 아난다가 찾아와 부처님에게 이런 것을 여쭈었다.
"부처님. 저는 혼자 숲에서 명상을 하다가 문득 이런 것을 생각했습니다. '모든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냄새를 풍기지 못한다. 뿌리에서 나는 향기나, 줄기에서 나는 향기나, 꽃에서 나는 향기는 다만 바람을 따라서 냄새를 풍길 뿐이다. 그렇다면 혹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풍기고, 바람이 불거나 안불거나 관계없이 풍기는 향기는 없을까.' 부처님. 과연 그런 향기는 없을는지요?"
"아난다야. 네 말대로 뿌리의 향기나 줄기의 향기나 꽃의 향기는 바람을 따라 향기를 풍기지만 바람을 거슬러서는 향기를 품기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서도 향기를 풍긴다. 그것은 이런 향기다.
어느 마을에 착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그들은 진실한 법을 성취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고,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마시고 실수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보면 누구든지 '어느 곳에 사는 아무개는 계율이 청정하고 진실한 법을 성취했다'고 말할 것이다. 이것은 그 사람에게서 나는 향기다. 이 향기는 바람을 따라서도 풍기고 거슬러서도 풍기며, 바람에 불거나 안불거나 관계없이 풍기는 것이다."


                                               잡아함 38권 1073경 <아난경(阿難經)>

 

 

불교를 바르게 믿고 수행하면 다섯가지 향기가 생긴다고 한다. 이를 오분향이라 하는데 스님들은 매일 예불을 하면서 이 다섯가지 향기나는 몸을 성취하여 온누리를 마침내 향기로 가득 채울 것을 다짐한다. 그래서 저녁예불을 '오분향례(五分香禮)'라고도 한다.


오분향은 다음의 다섯가지다. 첫째는 계향(戒香)이다. 계향이란 윤리적으로 깨끗한 생활을 하는데서 생긴다. 둘째는 정향(定香)이다. 마음이 늘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에 있는 향기다. 셋째는 혜향(慧香)이다. 고요한 호수에 달빛이 비치듯 지혜의 빛이 빛나는 향기다. 넷째는 해탈향(解脫香)이다. 참다운 지혜로 해탈에 이르는 향이다. 다섯째는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이다.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서 다시 이웃에게도 그 경지를 가르쳐주는 향기다.


이런 향기를 온몸에 가득 지닌 사람을 불교에서는 성자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옆에만 가도 훈훈해지고 편안해진다. 부처님이 그렇고 뛰어난 고승대덕이 그렇다. 이들이 지닌 향기는 꽃향기와는 달리 바람을 거슬러서 온세상으로 퍼져나간다. 그리하여 온세상을 향기롭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인격의 향기'다. 


인격의 향기에 비교되는 것이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다. 위선과 오만과 악덕의 악취도 바람을 거슬러 냄새를 풍긴다. 흔히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말할 때 할 때 '사람냄새가 안난다'는 말을 하는데 이들에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세속사회는 인격의 향기 대신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세속사회를 가리켜 예토(穢土)라 하는 것은 그만큼 더러움이 많고 나쁜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생활을 한다는 것은 이런 세속사회에서 스스로 악취를 덜어내고 조금이라도 인격의 향기가 몸에서 나도록 하자는 것이다. 세속에 살면서 성자나 고승들처럼 다섯가지 인격의 향기를 다 성취할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 중 한가지 만이라도, 아니면 다섯가지를 고루고루 조금씩이라도 성취해 나가려는 것이 불자들이다.


종교생활이란 무엇인가. 인격에서 악취를 제거하고 향기를 풍기도록 하려는 노력이다. 비록 하루아침에 향기로운 인격을 갖추기가 어렵다하더라도 꾸준히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종교생활이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종교생활을 오래도록 했으면서도 몸에서 향내가 나지 않는 사람은 한마디로 사이비라 해야 할 것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