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내것이 아니면 버리라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부처님은 제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진실로 너희들의 소유가 아닌 것은 다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긴 밤 동안 편안해지리라. 비구들이여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제타숲에 있는 모든 초목과 잎사귀와 가지를 어떤 사람이 가지고 간다고 하자. 그러면 너희들은 '그것은 내것인데 왜 가지고 가는가' 하고 다지겠는가."
"아닙니다. 부처님이시여. 왜냐하면 그것은 '나(我)'도 아니고 '내 것(我所有)'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의 문답은 계속된다.
"그러면 다시 묻겠다. 너희가 가지고 있는 눈(眼)귀(耳)코(鼻)입(口)혀(舌)몸(身)뜻(意)는 영원한 것인가 아닌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괴로운 것인가 아닌가."
"괴로운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구들이여. 괴롭고 영원하지 않은 것에 집착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리 집착해도 '나'도 아니고 '나의 것'도 아니니라. 이렇게 관찰하면 모든 세간의 일에 대해서도 집착할 것이 없고 집착할 것이 없으므로 열반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번 생이 다하면 다시는 윤회의 몸을 받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긴 밤 동안 안락하고자 하거든 내것이 아닌 것은 모두 버리라."
잡아함 제10권 274경 <기사경(棄捨經)>
'진실로 내것이 아니면 과감하게 버리라.' 이 냉정하고 과감한 요구는 부처님이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한결 같이 강조했던 명제다. 이 경은 제목에 나타나 있듯이 포기하고 버릴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아무리 부처님의 말씀이지만 이 가르침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손톱 하나도 버리기 어렵거늘 어떻게 재산과 권력과 명예와 사랑과 심지어는 우리가 '나 자신'이라고 믿는 것까지 버리라는 말인가.
이유는 또 있다. 그런 것을 다 버리고 나면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라는 말씀인가.세상살이란 뭐 특별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직장생활 잘하고, 가급적 양심적으로 일해서 돈도 벌고 명예도 얻고, 사랑하는 사람 만난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귀여운 자식새끼 낳아서 아이들 키우는 재미로 오손도손 살면 되는 것이다. 이런 재미마저도 다 버리라면 그게 죽으라는 말이지 살라는 말인가.
할 말은 또 있다. 부처님도 피가 도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들을 빼고 또 무슨 특별한 인생이 잇다는 말씀인가. 부님은 도대체 어디서 태어난 분인가. 사람의 아들이 아니고 땅에서 솟구쳤는가, 하늘에서 떨어졌는가. 부처님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으로 길러진 분이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따지고 억지를 부리고, 심지어는 패악을 친다고 하더라도 부처님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아무리 그것에 집착해봐야 괴로움만 더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경전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화두는 이것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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