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정사에 계실 때였다. 어느날 부처님은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제자들을 가르쳤다.
"세상에는 네가지 종류의 좋은 말이 있다. 첫 번째로 좋은 말은 등에 안장을 올려놓으면 채찍의 그림자마 보아도 달리는 말이다. 두 번째로 좋은 말은 채찍으로 털끝을 조금 스치기만 해도 달이는 말이다. 세 번째로 좋은 말은 살갗에 채찍이 떨어져야 달리는 말이다. 네 번째로 좋은 말은 채찍으로 등을 얻어맞고 고삐를 잡아채야 달리는 말이다.
이와같이 바른 법을 공부하는 사람 중에도 네종류가 있다. 첫 번째로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마을에서 누가 병들어 고통받다가 죽었다는 말만 듣고도 생사를 두려워 하여 바른 생각을 일으켜 열심히 공부한다. 이는 첫 번째 말과 같은 사람이다. 두 번째로 지혜로운 사람은 어떤 사람이 병들어 죽어서 상여가 나가는 것만 보아도 생사를 두려워 하여 바른 마음을 일으켜 열심히 공부한다. 이는 두 번째 말과 같은 사람이다. 세 번째로 지혜로운 사람은 친족이나 아는 사람이 병들어 신음하다 죽는 것을 옆에서 직접 보아야 두려운 마음을 일으켜 열심히 공부한다. 이는 세번째 말과 같은 사람이다. 네 번째로 지혜로운 사람은 사람은 자기가 직접 병들어 고통받다가 죽을 때가 돼서야 생사를 두려워 하고 싫은 마음을 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는 네 번째 말과 같은 사람이다."
잡아함 33권 922경 <편영경(鞭影經)>
부처님이 여기서 비유로 말씀하고자 한 뜻은 명백하다. 인생의 현실이란 누구든지 늙고 병들어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죽음에 이른다는 사실을 빨리 알아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는 늙은이를 보고도 자기도 늙을 것을 깨닫지 못한다. 항상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건강한 사람은 병든 사람을 보고 자기도 병들 것을 깨닫지 못한다. 산 사람은 죽은 사람을 보고 자기도 죽을 것을 깨닫지 못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한다. 이 얼마나 큰 착각인가.
부처님은 이러한 착각에서 깨어나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한다. 왜 이처럼 비참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강조하는가. 그래야 무엇인가 사는 방법이 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암에 걸린 사람이 최초로 자기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도 그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 오진일 수도 있다면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며 몇차례의 확인을 하고 난 뒤에야 사실임을 인정한다. 자신이 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엄청남 분노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내가 이병에 걸려야 하는가에 대해 분노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병이 점차 깊어지기 시작하면 공포에 사로잡힌다. 이제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면 두려움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다가 죽음에 임박해지면 그 때는 비로소 체념을 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순리에 맏기고 될 수 있는 한 죽는 순간까지 편안하고 착한 모습을 가족에게 남기고자 한다는 것이다.
엄격히 따지면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몰라서 그렇지 누구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누구라도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욕심으로야 영생을 꿈꾸지만 진시황의 불로초나 불사약이란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을 냉정하게 자각하는 사람은 인생을 사는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내일 나에게 죽음의 찾아오는데 오늘 욕심을 부리고 다투어본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이렇게 말하면 갑자기 인생이 너무 허무해지는 것 같다. 차라리 언제 죽을지 몰라야 인생은 도전하고 개척할 맛이 나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잊어버린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부처님은 이때 뭐라고 근사하게 '한 말씀' 하실 것이다. 하지만 근사한 한말씀이 없는 우리 중생은 '그저 죽을 때까지 착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가 고작이다. 그래야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게 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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