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의식을 집중하는 훈련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 비구가 찾아와 안나반나(安那般那=數息觀) 수행방법에 대해 물었다. 이에 부처님은 이렇게 가르쳤다.
“라후라여, 안나반나 수행을 하고자 하면 먼저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라. 그런 다음 일체의 잡념을 없애고 의식의 초점을 코끝에 집중시켜라. 날숨이 길면 긴 줄 알아채고 들숨이 길면 긴 줄 알아채라. 날숨이 짧으면 짧은 줄 알아채고, 들숨이 짧으면 짧은 줄 알아채라. 날숨이 차가우면 차가운 줄 알아채고 들숨이 차가우면 차가운 줄 알아채라. 날숨이 따뜻하면 따뜻한 줄 알아채고 들숨이 따듯하면 따뜻한 줄 알아채라. 이렇게 온몸의 들숨과 날숨을 관하여 모두 다 알아채야 한다.
어떤 때는 숨이 있으면 있다고 알아채고 어떤 때는 숨이 없으면 없다고 알아채야 한다. 만일 그 숨이 폐장에서 나오면 폐장에서 나오는 줄 알아채며, 혹은 그 숨이 폐장으로 들어가면 폐장으로 들어간다고 알아채야 한다.
라훌라여. 수행자가 이와 같이 안나반나를 닦아 행하면 곧 근심과 걱정을 없애고 온갖 번뇌가 사라지며 큰 과보를 성취하여 감로(甘露=不死)의 법을 얻게 되리라.”
라훌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하고 조용한 숲으로 들어갔다. 그곳의 어떤 나무 밑에서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일체의 잡념을 없애고 호흡법을 실천했다. 이렇게 수행을 하자 라훌라는 곧 욕심에서 벗어나 다시는 어떤 악에도 빠지지 않게 되었다. 다만 머트러운 생각과 세밀한 생각만 있어서 기쁨과 편안함을 생각하는 제1선정을 얻게 되었다. 다음에는 머트러운 생각과 세밀한 생각마저 없어지고 안으로 스스로 기뻐하면서 마음을 온전히 하여 거기서 생기는 생각과 기쁨으로 제2선정을 얻게 되었다. 다음에는 기쁜 생각도 없고 스스로 깨달아 알고 몸으로 즐겨 하며 성현들이 즐겨 구하는 호심(護心)을 얻어 제3선정을 얻게 되었다. 다음에는 괴로움과 즐거움이 이미 사라지고 다시는 근심과 걱정이 없으며 괴로움도 즐거움도 없고 호심이 깨끗해지는 제4선정을 얻게 되었다.
라훌라는 이 삼매의 힘으로 마음을 깨끗하게 해 아무 더러움도 없고 몸은 유연해졌다. 그리하여 자기가 온 곳을 알고 하던 일을 기억했다. 몸과 마음이 청정하여 모든 중생들이 마음먹는 것을 다 알게 됐다. 또 하늘눈이 열려서 중생들이 나고 죽는 이유와 그들이 받는 과보에 대해서도 훤히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존자 라훌라는 모든 욕망과 번뇌에서 해탈하여 다시는 생사윤회에서 헤매지 않는 아라한이 되었다.
-증일아함 제7권 안반품(安般品) 제1경
요즘 우리나라에도 부처님이 이 경전에서 라훌라에게 가르쳤던 관법수행(觀法修行)이 도입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주로 남방불교에서 실천해온 이 수행법은 한국불교 전통의 간화선(看話禪)과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간화선보다는 실천하기기 쉽다는 점에서 주로 재가 불자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부에서 우열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간화선이나 관법수행에 우열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 수행법은 모두 의식을 집중하여 번뇌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수행자는 근기나 적성에 따라 하기 쉬운 것을 선택하면 된다. 서울 가는 길이 하나뿐이라고 우기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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