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3

횡단

횡단 /  그 무엇,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육체의 일부가 절단되었지만 수술을 거부하고, 거의 자살하다시피 세상을 등졌다네요. 그에게 육체란 현실로 문질러서 흐려져 버리는 그 무엇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지,  말하자면, 상징적 질서가 존재를 횡단한다? 횡단이라... 몇 해 전 해질녘 시장 골목길에서 술취한 자동차 앞바퀴에 오른쪽 발등이 깔렸지. 비가 내리면 발등에 움푹 패인 바퀴 자국에 빗물이 고이더만. 횡단.

낡은 집

낡은....집 / “집이 낡으면 그늘이 깊어지지. 사람이 늙으면 몸이 무거워지는 법이거든. 그늘이 두껍게 쌓이면 어느덧 집의 윤곽이 무너지고, 몸이 무게를 더하다 보면 덜컥 주저앉아 영영 일어나지 못한단 말이야. 그 좋은 예가 바로 저기 있군.”그가 침대로 다가가 여자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여자 옆에 팔베개를 한 채 몸을 눕힌다. 주위를 둘러싼 공기가 휘청거린다.“불행히도, 이 친구는 우울하지. 단순함과 소박함을 부인하는 것이란 말이야. 그런 탓에, 그녀의 눈빛은 참으로 고단하거든. 이 친구의 뿌리를 뽑아내 본다면 무엇이 딸려 나올지 궁금해지는군...가끔은 표정만큼 우리 시선을 기만하고 곧잘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 언제고 한번 칼날로 떠내서 그 밑에 무엇이 도사리고 ..

진지하지 못한 삶이 갖는 /

진지하지 못한 삶이 갖는 /  술이 없는 하루를 상상하기란 매우 어렵지. 왜 내가 술에 젖었는지 그 이유를 나 자신이 평생 몰랐으면 하거든. 알게 된다면 싫어해야 할 이유도 분명해질 터이니 말이지. 이렇듯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버릴 수 없는 몇 가지가 있기 마련이라구.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말이야. 삶은 경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일탈의 꿈을 늘 잊지 않지. 나는 혹 잊는다 하더라도, 그 꿈이 나를 잊지 않는단 말이야.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표정 너머 또다른 어떤 표정이 도사리고 있는지 궁금해 하듯이, 실존은 시선이 녹아내리는 소실점 저 너머로 미끄러져 가고자 하는 욕구에 시달리거든. 자의식은 더욱 이를 부추기더라구. 거품처럼 흘러내리는 자의식의 과잉은 바닥을 드러낸 채 초조해 하는 결핍의 동의어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