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과 이중섭, 혹은 나의 하루를 잠식하는 그 무엇 / 너는 어떤 일에든 정성을 기울인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거든. 먹거리든 옷가지든 짜증날 정도로 아주 꼼꼼하게 살펴본다. 실용적인 차원에서 그런 것이 아님을 모르지 않아. 손과 눈에 닿는 대상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한 것이야. 아주 드물긴 하지만, 깊고 섬세한 그늘을 들춰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은 존재하잖아. 그들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 어설픈 것과 진정한 것, 소리를 내는 것과 입을 다물고 있는 것 등으로 가득 차 있는 세상의 주름 사이를 거닐며 그, 오묘한 몸짓으로 낯선 아름다움을 집어내고는 하지. 너의 하루는 무미한 시간의 덧칠에 지나지 않는 연속일 뿐이야. 시선을 단단히 붙들어맸기라도 한 양 초점은 비틀거리지도, 멀리 뻗지도 않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