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과 멧돼지 / 조영관 한 사람을 사랑하기가 이리 힘든 것은내 안의 깊은 근심 때문이다, 라고썼다가 지운다. 이를테면 이러한 우울이란 얼마나 맑고 뜨겁고 쾌한 것인가 그래서 나, 그러한 쾌함이질박하고 넉넉할 수만 있다면그 사랑이 얼마나 장엄한 것일 것인가, 라고 썼다가또 지운다. 장엄하지 않으면 또 어쩔 것인가. 멧돼지처럼 진퇴를 모르고앞으로만 달려가는 그 외로운 질주들 그래서, 나 감히 쓴다.어떤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너만을,이 문장 위에서 잠시 나는 숨이 가쁘다. 그건 또 얼마나 컴컴한 벼랑일 것인가 영원함을 믿었던 그것으로, 솔직하다는 것으로힘들었던그 많은 날들은 그래서, 나, 내 사랑은 근심이거나 통속이거나, 라고 쓰다가,이렇게 쾌한 우울 속에 있는 내가 바로 너이기에너를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