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證道歌> 원문
君不見
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
그대 보지 못하였는가
배움이 끊어진 하릴없는 한가한 노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배움도 구하지 않나니
無明實性卽佛性 幻化空身卽法身
무명의 참성품이 곧 불성이요
허깨비 같은 빈 몸이 법신이니라
法身覺了無一物 本源自性天眞佛
법신을 깨달으니 한 물건도 없고
본원 자성이 천진불이도다
五陰浮雲空去來 三毒水泡虛出沒
오음의 뜬구름이 헛되이 가고오며
삼독의 물거품이 부질없이 출몰하니
證實相無人法 刹那滅却阿鼻業
실상을 증득하면 주객이 없으니
찰나에 아비지옥의 업이 사라지니라
若將妄語誑衆生 自招拔舌塵沙劫
망령된 말로써 중생을 광망케 하면
혀가 뽑히는 지옥의 업보를 스스로 부르네
頓覺了如來禪 六度萬行體中圓
단박에 여래선을 깨치니
육도만행이 본체 가운데 원만하도다
夢裡明明有六趣 覺後空空無大千
꿈속에서는 육취가 밝고 밝더니
깨고 나니 텅텅 비어 대천세계가 없도다
無罪福無損益 寂滅性中莫問覓
죄와 복이 없고 손익이 없으니
적멸한 성품 가운데서 묻지도 찾지도 말라
比來塵鏡未曾磨 今日分明須剖析
이제껏 때 낀 거울 갈지 않았건만
오늘에야 분명히 닦아내었네
誰無念誰無生 若實無生無不生
누가 생각이 없고 누가 남이 없는가
진실로 남이 없으면 나지 않음도 없으니
喚取機關木人問 求佛施功早晩成
기관목인을 불러 물어보라
부처 구하고 공 베풂을 조만간 이루리니
放四大莫把捉 寂滅性中隨飮啄
사대를 놓아버려 붙잡지 않고
적멸한 성품 가운데서 먹고 마시니라
諸行無常一切空 卽時如來大圓覺
제행이 무상하여 일체가 공하니
곧바로 여래의 대원각이로다
決定說表眞乘 有人不肯任情微
결정설과 참된 말씀을
어떤 이는 긍정치 않고 정식으로 헤아리네
直截根源佛所印 摘葉尋枝我不能
근원을 바로 끊음은 부처님이 인가하신 바요
잎 따고 가지 찾음은 내가 능히 할 일 아니로다
摩尼珠人不識 如來藏裏親收得
마니주를 사람들은 알지 못하니
여래장 속에 친히 거두어들이네
六般神用空不空 一顆圓光色非色
여섯가지 신통묘용은 공하면서 공하지 않으며
한 덩이 둥근 빛은 색이면서 색이 아니라네
淨五眼得五力 唯證乃知難可測
오안을 깨끗이 하여 오력을 얻음은
오로지 증득할 뿐 헤아리긴 어렵네
鏡裏看形見不難 水中捉月爭捻得
거울 속 형상 보기는 어렵지 않으나
물속의 달은 어찌 움켜쥘 수 있으랴
常獨行常獨步 達者同遊涅槃路
항상 홀로 다니고 항상 홀로 걷나니
통달한 자와 함께 열반의 길에서 노닌다
調古神凊風自高 貌悴骨剛人不顧
예스런 신기와 어울리어 맑은 바람 스스로 드높고
초췌한 얼굴 앙상한 몰골 사람들이 돌아보지 않는다
窮釋子口稱貧 實是身貧道不貧
궁색한 부처님 제자 입으로는 가난타 하지만
실제로 몸이 가난할 따름 도는 가난하지 않다네
貧則身常被縷褐 道則心臟無價眞
가난한 즉 몸은 항상 베옷을 걸쳤으나
도를 깨달은 즉 가슴속에는 무진장한 보물이 있으니
無價眞用無盡 利物應時終不吝
무진장한 보물은 써도 다함이 없고
이로운 물건은 때에 따라 끝내 인색치 않도다
三身四智體中圓 八解六通心地印
세 몸과 네 지혜는 본체 가운데 원만하며
팔 해탈과 여섯 신통은 마음땅의 인이로다
上士一決一切了 中下多聞多不信
상근기는 한번에 결단하고 일체를 마치나
중하근기는 많이 듣되 더욱 많이 불신하나니
但自懷中解垢衣 誰能向外誇精進
스스로 마음속의 때묻은 옷을 벗을 뿐이요
밖을 향해 정진을 자랑하지 않도다
從他謗任他非 把火燒天徒自疲
남의 비방을 따르고 남의 비난에 맡겨두라
불로 하늘을 태우려 하나 헛되이 스스로만 피곤할 따름이니라
我聞恰似飮甘露 銷融頓入不思議
나는 마치 감로를 마시는 것처럼 들을 따름
단박에 녹아서 부사의 경계에 들어가나니
觀惡言是功德 此則成吾善知識
나쁜 말을 관찰함이 바로 공덕이니
이는 곧 나의 선지식이라
不因訕謗起怨親 何表無生慈忍力
비방과 비난따라 원망과 친한 마음 일어나지 않으면
구태여 남이 없는 자비와 인욕의 힘을 드러낼 일 있으랴
宗亦通說亦通 定慧圓明不滯空
종취에 통하고 설법에 통하여
선정과 지혜가 원만히 밝아 공에 머무르지 않나니
非但我今獨達了 河沙諸佛體皆同
어찌 나만 통달하였겠는가
모래알처럼 수많은 모든 부처의 몸이 나와 같도다
獅子吼無畏說 百獸聞之皆腦裂
두려움 없는 사자후의 설법이여
모든 짐승이 듣고서 뇌가 찢어지나니
香象奔波失脚威 天龍寂聽生欣悅
향상은 바삐 달아나 위엄을 잃고
천룡은 고요히 듣고서 희열을 내노다
遊江海涉山川 尋師訪道爲參禪
강과 바다에 노닐고 산천을 돌아다녀
스승을 찾고 도를 만남은 참선 때문이니
自從認得曹溪路 了知生死不相干
조계의 길을 인득하고 나서
생사가 서로 상관치 않음을 분명히 알았네
行亦禪座亦禪 語黙動靜體安然
다녀도 참선이요 앉아도 참선이니
어묵동정에 본체가 편안하도다
縱遇鋒刀常坦坦 假饒毒藥也閑閑
창과 칼을 만나도 넉넉하고
독약을 마셔도 한가로울세
我師得見燃燈佛 多劫曾爲忍辱僊
나의 스승 부처님께서 연등불을 뵈고서
다겁토록 인욕선인이 되었으니
幾廻生幾廻死 生死悠悠無定止
몇 번을 태어나고 죽었는가
생사가 아득하여 멈추지 않네
自從頓悟了無生 於諸榮辱何憂喜
남이 없음을 단박에 깨치고 나서는
모든 영예와 욕됨에 어찌 일희일비하랴
入深山住蘭若 岑崟幽邃長松下
깊은 산 그윽한 곳에 머무니
높은 산 고요한 낙락장송 아래라네
優遊靜坐野僧家 闃寂安居實蕭灑
여유롭게 노닐며 절집에 고요히 앉아 있으니
적적한 안거 맑고 투명하나니
覺卽了不施功 一切有爲法不同
깨달았으나 공을 베풀지 않아
일체의 유위법과 같지 않네
住相布施生天福 猶如仰箭射虛空
상에 머무는 보시는 하늘에 태어나는 복이나
허공에 화살을 쏘는 것과 같으니
勢力盡箭還墜 招得來生不如意
세력이 다하면 화살은 다시 떨어지나니
내생에 얻음이 뜻과 같지 않도다
爭似無爲實相門 一超直入如來地
함이 없는 실상문에서
곧바로 여래지에 들어감과 같겠는가
但得本莫愁末 如淨琉璃含寶月
근본을 얻을 뿐 지말은 걱정치 않으니
깨끗한 유리병이 보배달을 품음과 같아라
旣能解此如意珠 自利利他終不竭
이미 이 여의주를 알았으니
자리리타가 끝내 다하지 않도다
江月照松風吹 永夜淸宵何所爲
강에는 달이 비추이고 소나무에 바람이 이니
긴 밤 맑은 하늘 무슨 할일 있으랴
佛性戒珠心地印 霧露雲霞體上衣
불성과 계 구슬은 마음땅의 도장이요
안개와 이슬 구름과 노을은 몸에 걸친 옷이네
降龍鉢解虎錫 兩鈷金環鳴歷歷
용을 항복받은 발우와 범 싸움 말린 석장이여
양쪽 쇠고리는 역력하게 울리는구나
*용을 항복받은 발우-중국 선종의 6조대사께서 보림사에 계실 때 절앞 뜰에 큰 못에 독룡이 살면서 사람을 놀라케 하자 6조스님께서 말씀하시길,
“네가 큰 몸은 나툴 줄 알지만 작은 몸은 나투지 못하는구나. 신룡이라면 마땅히 클 수도 작을 수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자 커다란 독룡이 홀연히 없어지더니 작은 몸을 나투어 물위에 다시 떠올랐다. 6조스님이 발우를 내밀면서 말했다.
“노승의 발우 속으로 들어와 보거라.”
독룡이 헤엄쳐서 다가오자 6조스님께서 발우에 담아 법당으로 가셔서 상당하여 설법하니, 독룡이 몸을 벗어 제도를 받았다.
*범 싸움 말린 석장-승조(僧稠) 스님이 산길을 가는데 범 두 마리가 다투었다. 다칠 것을 염려한 스님이 육환장으로 범 사이를 갈라놓고
“싸울 일 있나. 서로 잘 지내거라.”
하면서 육환장으로 범 대가리를 툭툭 건드리니 이내 서로 등을 돌리는 것이었다.(성철스님의 <신심명.증도가 강설>에서 인용)
不是標形虛事持 如來寶杖親踪跡
이는 모양만을 헛되이 지닌 것이 아니요
여래의 보배 석장이 흔적을 내린 것이니라
不求眞不斷妄 了知二法空無相
참됨도 구하지 않고 망상도 끊지 않나니
두 법이 공하여 상이 없음을 분명히 아노라
無相無空無不空 卽是如來眞實相
상도 없고 공도 없고 공아님도 없으니
이것이 바로 여래의 진실상이니라
心鏡明鑑無碍 廓然瑩徹周沙界
마음의 거울 밝아 걸림이 없어
뚜렷히 온 법계에 비치는도다
萬象森羅影現中 一顆圓明非內外
삼라만상의 그림자 그 가운데 나타나고
한 덩이 뚜렷한 밝음은 안팎이 없나니
豁達空撥因果 茫茫蕩蕩招殃禍
툭 트여서 공하다고 인과를 부정하면
아득하고 끝없이 앙화를 초래하거늘
棄有著空病亦然 還如避溺而投火
있음을 버리고 공에 집착함도 병이기는 마찬가지
물을 피하려도 불에 뛰어듬과 같도다
捨妄心取眞理 取捨之心成巧僞
망심을 버리고 진리를 취함이여
취사하는 마음이 교묘히 거짓을 이루나니
學人不了用修行 眞成認賊將爲子
학인이 깨닫지 못하고 힘써 수행하나
이는 도둑을 자식으로 삼는 짓이네
損法財滅功德 莫不由斯心意識
법의 재물을 덜고 공덕을 멸함은
심의식으로 말미암은 것이니라
是以禪門了却心 頓入無生知見力
그런 까닭에 선문에서는 마음을 없애고
남이 없는 지견의 힘에 단박에 들어가나니
大丈夫秉慧劒 般若鋒兮金剛燄
대장부가 지혜의 칼을 잡으니
반야의 칼이요 금강의 불꽃이로다
非但能摧外道心 早曾落却天魔膽
외도의 마음을 꺾을 뿐 아니라
일찍이 천마의 간담도 서늘케 하였도다
震法雷擊法鼓 布慈雲兮灑甘露
법의 우뢰 진동하고 법고를 울리나니
자비의 구름을 펼치고 감로수를 뿌리노라
龍象蹴踏潤無邊 三乘五性皆惺悟
용과 코끼리가 차고 밟으니 윤택하기 그지없고
삼승과 오성이 모두 깨친다네
*삼승 - 성문(聲聞), 연각(緣覺), 보살(菩薩)
오성 - 범부성(미혹을 끊지 못한 중생), 이승성(성문과 연각), 보살성, 부정성(不定性, 범부도 이승도 보살도 아닌 중생), 외도성(外道의 삿된 말을 믿는 삿된 중생)
雪山肥膩更無雜 純出醍醐我常納
설산의 비니초는 다시 잡되지 않아
오로지 제호만을 내나니 나 항상 받음일세
*비니 - 히말라야에서 나는 풀로 흰 소가 이 비니초만 먹고 산다 함. 즉 흰 소는 자성을, 비니초는 진여대용을 비유.
제호 - 비니초만 먹는 흰 소의 젖으로 만든 치즈. 역시 진여자성을 비유.
一性圓通一切性 一法徧含一切法
한 성품이 일체의 성품과 원만히 통하고
한 법이 일체의 법을 두루 품나니
一月普現一切水 一切水月一月攝
한 달이 일체의 물에 드러나고
일체의 물에 드러난 달이 한 달에 포섭되도다
諸佛法身入我性 我性還共如來合
모든 부처의 법신이 나의 성품에 들어오고
나의 성품이 다시금 여래와 하나되나니
一地具足一切地 非色非心非行業
한 땅에 모든 땅을 갖추니
색도 아니요 마음도 아니요 행업도 아닐세
彈指圓成八萬門 刹那滅却三祗劫
손가락 튕기는 사이에 팔만법문 원만히 이루고
찰나에 삼아승지겁이 멸하네
一切數句非數句 與吾靈覺何交涉
일체의 수구와 비수구가
나의 신령한 깨달음과 무슨 상관이 있으랴
*수구비수구 - 법계의 차별법상을 가리킴
不可毁不可讚 體若虛空勿涯岸
헐뜯지도 못하고 칭찬도 못하니
허공 같은 본체는 그 끝이 없다네
不離當處常湛然 覓則知君不可見
당처를 떠나지 않고 항상 넉넉하나니
찾은 즉 그대를 아나 볼 수는 없느니라
取不得捨不得 不可得中只麽得
취할 수도 버릴 수도 없으니
얻을 수 없는 가운데 다만 이렇게 얻을 따름이네
黙時說說時黙 大施門開無壅塞
침묵이 곧 말씀이고 말씀이 곧 침묵이라
크게 베푸는 문을 열어 옹색함이 없도다
有人問我解何宗 報道摩訶般若力
어떤 종취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마하반야의 힘이라 말해 주리라
或是或非人不識 逆行順行天莫測
혹은 긍정되고 혹은 부정됨을 사람이 알지 못하고
역행과 순행은 하늘도 헤아리지 못하나니
吾早曾經多劫修 不是等閑相誑惑
나는 일찍이 숱한 겁에 걸쳐 수행하였으니
부질없이 서로를 속이고 미혹케 한 것은 아니었도다
建法幢立宗旨 明明佛勅曹溪是
법의 깃발을 세우고 종지를 일으키니
밝고 밝은 부처의 법이 바로 조계이니라
第一迦葉首傳燈 二十八代西天記
맨처음 가섭이 등불을 전하여
이십팔대를 서천에서 기록하였네
法東流入此土 菩堤達磨爲初祖
법이 동쪽으로 흘러 이 땅에 이르니
보리달마가 초조가 되었느니라
六代傳衣天下聞 後人得道何窮數
육대로 옷 전한 일은 천하가 알고
뒷사람이 도를 깨달음을 어찌 다 헤아리랴
眞不立妄本空 有無俱遣不空空
참됨도 서지 못하고 망념됨도 본래 공하니
있음과 없음을 모두 보내어 공하지 않고 공하도다
二十空門元不著 一性如來切自同
이십공문에 원래 집착하지 않으니
한 성품 여래의 본체와 스스로 같다네
心是根法是塵 兩種猶如鏡上痕
마음은 뿌리요 법은 티끌이라
둘은 거울 위의 흔적과도 같도다
痕垢盡除光始現 心法雙亡性卽眞
흔적인 때 다하면 빛이 비로소 드러나고
마음과 법 모두 사라지면 성품이 바로 참됨이니라
嗟末法惡時世 衆生薄福難調制
말법의 시대가 한스럽네
중색이 박복하여 조복받기 어렵구나
去聖遠兮邪見深 魔强法弱多怨害
성인 가신 지 오래고 삿된 견해 깊어졌으니
마구니는 강하고 법은 약하여 원망과 해로움이 크도다
聞說如來頓敎門 恨不滅除令瓦碎
여래의 돈교문 설법을 듣고서도
삿된 견해를 없애지 못함을 한탄하노라
作在心殃在身 不須怨訴更尤人
지음은 마음에 있고 재앙은 몸에 있어
사람을 원망하고 비난하지 말아야 하느니
欲得不招無間業 莫謗如來正法輪
무간지옥의 업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거든
여래의 정법을 비방해서는 안 되느니
栴檀林無雜樹 鬱密深沈獅子住
전단나무숲에는 잡한 나무가 없나니
울창하고 깊어서 사자가 머무는도다
境靜林閒獨自遊 走獸飛禽皆遠去
경계 고요하고 숲은 한적하여 홀로 노나니
길짐승과 날짐슴 모두 멀리 가버렸네
獅子兒衆隧後 三歲卽能大哮吼
사자 새끼를 무리가 뒤따르니
세 살에 크게 소리쳤느니라
若是野干逐法王 百年妖怪虛開口
여우가 법왕을 쫓아내려 하나
이는 백 년 묵은 요괴가 헛되니 입을 놀림이라
圓頓敎勿人情 有疑不決直須爭
원돈의 가르침은 인정이 없네
의심스러워 결단치 못하거든 곧바로 다투어라
不是山僧呈人我 修行恐落斷常坑
이는 산승이 인아상을 드러냄이 아니요
수행중에 단견과 상견의 구렁텅이에 떨어질까 두려워함이라
非不非是不是 差之毫釐失千里
부정과 부정하지 않음, 긍정과 긍정하지 않음이여
털끝만큼만 어긋나도 천리나 멀어진다네
是卽龍女頓成佛 非卽善星生陷墜
긍정함은 용녀가 단박에 성불함이요
부정함은 선성비구가 산 채로 지옥에 떨어짐이니라
*용녀 - <법화경>에 따르면 8살 먹은 용녀가 부처님 법문을 듣고 단박에 성불한다.
선성비구-불법을 많이 닦았으나 길을 잘못 들어 정법을 부정한 결과 지옥에 떨어진다.
吾早年來積學問 亦曾討疏尋經論
나는 어려서부터 학문을 쌓았으니
일찍이 경론을 살피고 토론을 하였다네
分別名相不知休 入海算沙徒自困
이름과 모양 분별하기를 쉬지 않았거늘
바닷속에서 모래알 헤아리듯 스스로 고단하였음이니
却被如來苦呵責 數他珍寶有何益
문득 여래의 꾸지람을 들으니
남의 보배를 헤아린들 무슨 이익 있겠느냐
從來蹭蹬覺虛行 多年枉作風塵客
이제껏 비틀거리며 헛되이 수행하였나니
오랜 동안 헛되이 나그네로 살았노라
種性邪錯知解 不達如來圓頓制
성품에 삿된 씨앗을 심고 알음알이로 그릇됨이여
여래의 원돈 가르침에 이르지 못하는구나
二乘精進勿道心 外道聰明無智慧
이승은 정진해도 도의 마음에 이르지 못하고
외도는 총명하나 지혜가 없나니
亦愚癡亦小駭 空拳指上生實解
어리석고 겁이 많으니
빈 주먹 손가락 위에 진실한 이해를 낸다네
執指爲月枉施功 根境塵中虛捏怪
손가락을 달이라 여기고 그릇된 공부하니
근과 경계와 객진 가운데서 괴이한 짓을 하도다
不見一法卽如來 方得名爲觀自在
한 법도 볼 수 없음이 곧 여래이니
이름하여 관자재이니라
了卽業障本來空 未了還須償宿債
깨달으면 업장이 본래 공하고
깨닫지 못하면 도리어 지난날의 빚을 갚아야 하나니
飢逢王膳不能飡 病遇醫王爭得差
굶주려 진수성찬 만나도 먹을 수 없고
병든 몸으로 의사를 만나도 낫지 못하도다
在欲行禪知見力 火中生蓮終不壞
욕망 속에서 선을 행하는 지견력이여
불 속에서 연꽃이 피어 끝내 시들지 않느니라
勇施犯重悟無生 早是成佛于今在
용시비구는 큰 죄를 짓고도 남이 없는 깨달음을 얻어
일찍이 성불하여 지금에 이르렀네
*용시비구 - 오랜 과거 무구정광여래가 계시던 시절, 실수로 음행과 살생을 저지른 용시비구가 “모든 법은 거울에 비친 모양과 같고 물에 비친 달과 같거늘, 범부는 어리석게도 마음에 매혹되어 어리석음과 탐냄과 사랑함을 분별한다”는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았다.
獅子吼無畏說 深嗟艨艟頑皮韃
사자후의 두려움 없는 설법이여
어리석은 귀머거리를 참으로 애닳아하도다
只知犯重障菩堤 不見如來開秘訣
큰 죄를 지으면 깨달음에 장애가 되리라 알 뿐
여래께서 비결을 열어두었음을 알지 못하네
有二比丘犯蔭殺 波離螢光增罪結
두 비구가 음행과 살생을 저지르자
우바리 존자의 반딧불은 죄의 매듭을 더하였으나
維摩大士頓除疑 還同赫日消霜雪
유마대사가 단박에 의심을 없애주니
빛나는 해가 서리와 눈을 녹여버림과 같느니라
*<유마경> 제자품(弟子品에) : 수행하던 두 비구가 음행과 살생을 저지르고 우바리 존자를 찾아가 참회하자, 우바리 존자는 “너희들은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다”라고 엄하게 호통을 쳤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마거사가 우바리 존자를 나무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바리여, 이 두 비구의 죄를 더하지 마시오. 곧바로 죄를 없애 주어 마음을 요란케 하지 마시오. 죄의 성품은 안에도 있지 아니하고 밖에도 있지 아니하고 중간에도 있지 아니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마음에 때가 있으므로 중생이 때가 있고 마음이 깨끗하므로 중생이 깨끗하며, 마음이 또한 안에도 있지 아니하고 밖에도 있지 아니하고 중간에도 있지 아니하니, 마음이 그러한 것처럼 죄의 때도 그러합니다. 모든 법도 또한 그러하여 여여함을 벗어나지 아니한 것입니다.”
不思議解脫力 妙用恒沙也無極
부사의한 해탈의 힘이여
묘한 작용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끝이 없다네
四事供養敢辭勞 蔓兩黃金亦銷得
네 가지 공양을 수고롭다 사양하랴
만량 황금도 녹일 수 있나니
粉骨碎身未足酬 一句了然超百億
분골쇄신하여도 다 갚을 수 없으나
한마디에 백억 법문을 뛰어넘는도다
法中王最高勝 河沙如來同共證
법 중의 왕이요 가장 높은 수승함을
강의 모래 같이 많은 여래가 함께 증득하였으니라
我今解此如意珠 信受之者皆相應
나 이제 이 여의주를 해설하니
믿어 지니는 자는 모두 상응할지어다
了了見無一物 亦無人兮亦無佛
깨달아 보면 한 물건도 없으니
사람도 없고 부처도 없느니라
大千世界海中漚 一切聖賢如電拂
대천세계는 바다 가운데 거품이요
일체의 성현도 스쳐지나가는 번갯불과 같나니
假使鐵輪頂上旋 定慧圓明終不失
철륜을 머리 위에서 돌린다 해도
선정과 지혜가 원만히 밝아 끝내 잃지 않는다네
日可冷月可熱 衆魔不能壞眞說
해는 식히고 달은 뜨겁게 한다 해도
여러 마구니가 참된 설법은 무너뜨리지 못하느니라
象駕崢嶸漫進途 誰見螳螂能車轍
코끼리 마차를 타고 당당하게 나아가니
버마재비가 마차 막는 것을 그 누가 볼 수 있으랴
大象不遊於兎徑 大悟不拘於小節
큰 코끼리는 토끼가 다니는 길에서 놀지 않고
큰 깨달음은 작은 절개에 구속되지 않나니
莫將管見謗蒼蒼 未了吾今爲君決
대롱 같은 소견으로 어지러이 비난치 말라
깨닫지 못한 그대를 위해 이제 나 결단해 주리니.
蕭湛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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