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변>
1.
서당 지장(西堂智藏:735-814)과 백장 회해(百丈懷海:749-814)와 남전보원(南전 普願: 748-834)스님이 마조스님을 모시고 달구경을 하던 차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지금 같은 때에는 무엇을 했으면 좋겠는가?”
서당스님은 “공양하기에 딱 좋군요” 하였고, 백장스님은 “수행하기에 좋겠습니다” 하였다. 남전스님이 소매를 뿌리치면서 그냥 가 버리자, 스님이 말씀하셨다.
“경(經)은 장(藏:서당)으로 들어가고, 선(禪)은 바다(海:백장)로 돌아가는데, 보원(普願:남전)만이 사물 밖으로 벗어났구나.”
2.
남전스님이 대중에게 죽을 돌리는데 스님께서 물으셨다.
“통 속은 무엇이냐?”
“닥치거라. 이 늙은이야! 무슨 말이냐.”
스님께서는 그만 두셨다.
3.
백장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님의 근본 뜻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로 지금 그대가 신명을 놀리는 자리라네.”
4.
대주 혜해(大珠慧海)스님이 처음 스님을 참례하자 스님께서 물으셨다.
“어디서 오느냐?”
“월주(越州) 대운사(大雲寺)에서 옵니다.”
“여기에 와서 무엇을 구하려 하느냐.”
“불법을 구하려 합니다.”
“자기의 보배창고(寶藏)는 살피지 않고서 집을 버리고 사방으로 치달려 무엇하려느냐. 여기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무슨 불법을 구하겠느냐?”
대주스님은 드디어 절하고 물었다.
“무엇이 저 혜해(慧海)의 보배창고입니까?”
“바로 지금 나에게 묻는 그것이 그대의 보배창고이다.
그것은 일체를 다 갖추었으므로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 작용이 자유 자재하니 어찌 밖에서 구할 필요가 있겠느냐?”
대주스님은 말끝에 본래 마음은 깨달음(知覺)을 말미암지 않음을 스스로 알고 뛸듯이 기뻐하며 절을 하였다.
6년을 섬긴 뒤에 돌아가 「돈오입도요문론(頓悟入道門論)」1권을 지었는데, 스님께서 보더니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월주에 큰 구슬(大珠)이 있는데 뚜렷하고 밝은 광채가 자재하게 사무쳐 막히는 곳이 없다.”
5.
늑담 법회(늑潭法會)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스님께서는 나지막히 속삭였다.
“이리 가까이 오게.”
법회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자 한 대 후려치면서 말씀하셨다.
“셋이서는 함께 역모를 꾸미지 않는 법이라네, 내일 찾아오게.”
법회스님은 다음날 다시 법당으로 들어가서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말씀해 주십시오.”
“우선은 돌아가고 내가 상당할 때를 기다렸다가 나오게. 그대에게 증명해 주겠네.”
법회스님은 여기서 깨닫고 말하였다.
“대중의 증명에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법당을 한 바퀴 돌더니 가버렸다
6.
늑담 유건(늑潭維建)스님이 하루는 법당 뒤에서 좌선을 하고 있었다.
스님이 보시고는 그의 귀에 입을 대고 두 차례 훅하고 불자, 유건스님은 선정에서 일어나 스님임을 알고는 다시 선정에 들었다.
스님은 방장실로 돌아가 시자더러 차 한 그릇을 갖다주게 하였는데, 유건스님은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큰 방으로 가버렸다.
7.
석공 혜장(石鞏慧藏)스님은 출가 전에 본래 사냥을 일삼았으며 사문을 싫어하였다. 한번은 사슴떼를 �다가 마침 스님의 암자 앞을 지나게 되었다.
스님이 그를 맞이하자 그는 물었다.
“스님은 사슴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지요?”
“그대는 무얼하는 사람이냐?”
“사냥꾼입니다.”
“활을 쏠 줄 아는가?”
“쏠 줄 압니다.”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를 잡는냐?”
“한 발로 한 마리를 잡습니다.”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스님께선 활을 쏠 줄 아십니까?”
“쏠 줄 알지.”
“스님께서는 화살 한 발로 몇 마리나 잡으십니까?”
“한 발로 한 떼를 다 잡는다네.”
“저놈들도 생명입니다. 무엇 때문에 한 떼나 잡겠습니까?”
“그대가 그런 줄 안다면 왜 스스로를 쏘지 않느냐?”
“저더러 스스로 쏘라 하신다면 쏘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스님께서 호통을 쳤다.
“이놈! 광겁(曠劫)의 무명번뇌(無名煩惱)를 오늘 단박 쉬도록 하라.”
그는 그 자리에서 활과 화살을 꺾어버리고, 스스로 칼로 머리카락을 자르더니 스님께 출가하였다.
하루는 부엌에서 일을 하는데 스님께서 물으셨다.
“무얼 하느냐?”
“소를 칩니다.”
“어떻게 치는데?”
“한 차례 풀밭으로 들어가면 바로 콧구멍을 꿰어 끌고 옵니다.”
“그야말로 소를 잘 먹이는구나.”
8.
한 스님이 가르침을 청하였다.
“스님께선 4구백비(四句百非)를 쓰지 말고 저에게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곧장 지적해주십시오.”
“오늘은 생각 없으니 그대는 지장(智藏)에게 가서 묻도록 하라.”
그리하여 지장스님에게 가서 묻고, “스님께서 저더러 스님(上座)께 가서 물으라 하셨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지장스님은 손으로 머리를 어루만지더니, “오늘은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회해 사형에게 가서 묻도록 하라.” 하였다.
그리하여 다시 회해(懷海)스님에게 가서 묻자, 회해스님은 “나도 잘 모르는 일인데.” 하고 대답하였다.
그 스님이 이리하여 스님(마조)께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지장의 머리는 하얗고 회해의 머리는 검구나.”
9.
마곡 보철(麻谷寶徹)스님이 하루는 스님을 따라가면서 물었다.
“무엇이 대열반입니까?”
“급하다.”
“무엇이 급하다는 말입니까?”
“저 물을 보아라.”
10.
대매산(大梅山) 법상(法常:752-839)스님이 처음 참례하고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바로 마음이 부처다(卽心卽佛).”
법상스님은 그 자리에서 깨닫고는 그때부터 대매산에 머물렸다.
스님은 법상스님이 산에 머문다는 소문을 듣고는 한 스님을 시켜 찾아가 묻게 하였다.
“스님께선 마조스님을 뵙고 무엇을 얻었기에 갑자기 이 산에 머무십니까?”
“마조스님께서 나에게 ‘바로 마음이 부처다’ 하였다네. 그래서 여기에 머문다네.”
“마조스님 법문은 요즈음 또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달라졌는가?”
“요즈음은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非心非佛)'라고 하십니다.”
“이 늙은이가 끝도 없이 사람을 혼돈시키는구나. 너는 네맘대로 비심비불(非心非佛)해라. 나는 오직 즉심즉불(卽心卽佛)일 뿐이다.”
그 스님이 돌아와 말씀드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실(梅實)이 익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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