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님이 고봉선사에게 물었다.
“‘여러 곳에서 함께 모여
누구나 무위를 배우네.
이곳이 곧 선불장(選佛場)이니
마음이 비어 급제해 돌아가네.’
라고 한 방거사의 이 말씀 가운데에 사람을 위하는 곳이 있습니까?”
“있다.”
“필경 어느 구절에 있습니까?”
“처음부터 다시 물어라.”
“어떤 것이 여러 곳에서 함께 모였다는 말입니까?”
“용과 뱀이 섞이고 범부와 성인이 섞여서 참례한다.”
“어떤 것이 누구나 무위를 배우는 것입니까?”
“입으로 부처와 조사를 삼키고 눈으로 하늘과 땅을 덮어버린다.”
“어떤 것이 선불장입니까?”
“동서가 십만이고 남북이 팔천이다.”
“어떤 것이 마음이 비어 급제해 돌아가는 것입니까?”
“움직이는 모양이 옛길에 씩씩해서 초연기(悄然機 ; 적적한 상태)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말마다 진리가 보이고 구절마다 종지가 나타났습니다.”
“그대는 무엇을 보았느냐?”
이에 그 스님이 할(喝)을 하니, 고봉선사가 말했다.
“몽둥이를 휘둘러 달을 때리는구나!”
출처 <선요>(전재강 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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