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염화실의 향기

돈오(頓悟)한 사람도 다시 닦습니까?

slowdream 2007. 10. 4. 17:38
 

그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돈오(頓悟)한 사람도 다시 닦습니까?”


위산(潙山)이 답했다.


“만약 진실로 깨달아 근본을 얻어 그 스스로 알 때에는

닦고 닦지 않고 하는 것은 두 개의 상대적인 말일 뿐이다.

지금 초발심한 사람이 비록 인연 따라

한 생각에 문득 진리를 깨달았다 하더라도,

아직 무시광겁의 습기는 문득 맑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때에는 모름지기 그로 하여금 현업(現業)으로 흘러가는 식(識)을

맑게 정화토록 해야 하니, 이것이 바로 닦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닦아 나아갈 법이 따로 있다고는 해서는 안 된다.

가르침을 듣고서 진리에 들어가니,

깊고 묘한 진리를 들으면 마음은 본래 두루 밝아서 미혹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이때에는 비록 온갖 묘한 뜻을 접고 펼친다 하여도,

이것은 곧 앉아서 옷을 입고 벗는 것으로 살림살이를 삼는 것과 같다.

요점을 말하면, 진리의 바탕에서는 한 티끌도 용납하지 않으나

만행(萬行)의 문에서는 한 법도 버리지 않는다.

만약 이 자리에서 바로 깨달으면,

범(凡)이니 성(聖)이니 하는 생각은 사라지고

본체의 참되고 항상함이 드러나며

이(理)와 사(事)가 둘이 아니니 그대로 여여한 부처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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