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염화실의 향기

얼음과 물

slowdream 2007. 10. 1. 22:34
 

또 물었다.

“무엇이 부처의 마음입니까?”

남양혜충(南陽慧忠) 국사가 답했다.

“담, 벽, 기와 조각이니라.”

“경전의 말과는 크게 어긋나는군요. <열반경>에 이르기를, ‘담, 벽, 등 무정을 벗어났기 때문에 불성이라 한다’ 했는데, 지금 도리어 이것들을 불심이라 하시니 심(心)과 성(性)이 같은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미혹하면 따로 있지만, 깨닫고 보면 따로 있지 않다.”

“경전에 이르기를, ‘불성은 항상하고 마음은 무상하다’ 했는데, 이제 따로 있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대는 단지 말에만 의지할 뿐 뜻은 모르는구나. 비유하면, 겨울에는 물이 얼어서 얼음이 되지만, 날이 풀리면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것과 같느니라. 중생이 미혹할 때는 성이 얼어서 심이 되지만, 중생이 깨달을 때에는 심이 녹아 성이 된다. 만약 무정에는 불성이 없다고 한다면, 경전에서 삼계유심이라고 말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대 스스로 경전을 어긴 것이지 내가 어긴 것이 아니니라.”

“무정에 심성이 있다면 설법도 할 줄 알겠군요.”

“그들은 활활 타는 불꽃처럼 늘 설법하여 쉴 때가 없다.”

“그렇다면 저는 무엇 때문에 듣지를 못하는 것인지요?”

“그대 스스로가 듣지 않고 있느니라.”

“어떤 사람이 들을 수 있습니까?”

“모든 부처가 들을 수 있다.”

“중생은 들을 자격이 없겠군요?”

“나는 중생을 위하여 말하는 것이지, 성인을 위하여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귀 먹고 눈 멀어서 무정설법을 듣지 못하지만, 스님께선 분명 들으시겠습니다?”

“나도 듣지 못한다.”

“스님께서 듣질 못하면 어떻게 무정이 설법하는 것을 아십니까?”
“내가 만약 무정설법을 듣는다면 모든 부처와 같아질 것이니, 그렇게 되면 그대는 나의 설법을 듣지 못할 것이다.”

“중생도 결국에는 듣게 됩니까?”
  “중생이 만약 듣는다면 이미 중생이 아니다.”

“무정이 설법한다는 전거(典據)가 있습니까?”

“<화엄경>에서 ‘국토가 설법하고 중생이 설법하고 삼세의 일체가 설법한다’는 말을 보지도 못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