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주 용담숭신이 어느날 천황도오 선사에게 묻되,
“제가 여기에 온 이래로 아직껏 화상께서 심요를 일어주심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천황이 대답하되,
“나는 그대에게 심요를 일러주지 않은 적이 없느니라.”
“어디가 일러주신 경지입니까?”
“그대가 차를 가져오면 내가 마셨고, 그대가 밥을 가져오면 내가 받아먹었고, 그대가 인사를 하면 내가 손을 들었다. 어디가 심요를 보여주지 않은 곳인가?”
용담이 우두커니 생각에 빠지자, 천황이 이르되,
“보려면 당장 볼 것이요, 망설이면 어긋나느니라.”
그러자 용담이 문득 깨닫고 말하길,
“어떤 것이 보임(保任)입니까?”
“성품에 맡기어 소요하고, 연을 따라 놓아 비울지니라.
다만 범부의 분별심을 다할지언정
달리 성현의 견해가 없느니라
(任性逍遙 隨緣放曠 但盡凡心 別無聖解).”
<선문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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