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숫타니파타

숫타니파타 / 12. 방기이사

slowdream 2007. 11. 7. 12:07
 

12. 방기이사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거룩한 스승께서는 아알라비이에 있는 악가알라바 영수(靈樹) 밑에 계시었다. 그 때는 방기이사 존자의 스승인 니그로오다캅파라는 장로가 그 나무밑에서 죽은 지 얼마 안 되어서였다.

방기이사 존자는 홀로 앉아 명상에 잠겨 있다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우리 스승은 정말로 돌아가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 살아 계실까?'

방기이사 존자는 저녁때가 되자 명상에서 깨어나 스승(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거룩하신 스승께 절한 뒤 한쪽에 가서 앉았다. 그는 스승께 여쭈었다.

"거룩하신 스승이시여, 제가 홀로 앉아 명상에 잠겨 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스승은 정말로 돌아가신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아직 살아 계시는 것일까' 하고요.“

  방기이사 존자는 일어서서 옷을 왼쪽 어깨에 걸치고 스승께 합장하더니, 다음 같은 시로써 사뢰었다.

"현세에서 모든 의혹을 끊고 위없는 지혜를 가지신 스승께 묻겠습니다. 세상에 알려지고 명망 높고 마음이 평안에 돌아간 수행자가 악가알라바에서 돌아가셨습니다.


(344) 스승님이여, 당신께서는 그 바라문에게 (니그로오 다캅파)라는 이름을 주셨습니다.

오로지 진리만을 보신 분이시여, 그는 당신을 예배하고 해탈을 구하여 애를 써 정진했습니다.


(345) 석가님이여, 멀리 보시는 분이여, 저희들은 당신의 제자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저희 귀는 들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희 스승이십니다. 당신은 가장 뛰어난 분이십니다.


(346) 저희의 의혹을 풀어 주십시오. 이것을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지혜 많은 분이시여, 그가 아주 죽었는지 아닌지를 저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천 개의 눈을 가진 제석천(帝釋天)이 신들에게 말하듯이. 널리 보시는 분이시여!


(347) 이 세상에 속박인 것은 헤매는 길이고, 무지와 의심으로 인해서 있는 것이지만, 완전한 사람(如來)을 만나면 그런 것은 다 사라지고 맙니다. 그것은 인간을 위한 으뜸가는 눈이기 때문입니다.


(348) 바람이 구름을 걷어 버리듯이, 사람(부처님)이 번뇌의 티끌을 털어버리지 않는다면, 온 세상은 뒤덮이어 암흑이 될 것입니다. 빛을 가진 사람들도 빛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349) 어진이들은 세상을 비추는 분입니다. 어진이여, 저는 당신을 그런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당신이야말로, 사실로 보는 분으로 알고 이렇게 찾아 온 것입니다.

대중 속에서 저희들을 위해 니그로오 다캅파에 대한 일을 밝혀 주십시오.


(350) 원컨대 선하고 미묘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백조가 목을 느리고 천천히 우는 것처럼, 잘 다듬어  원만한 음성으로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는 명심해서 들으리이다.


(351) 생사를 남김없이 버리고, 악을 없애 버린 부처님께 청하여 가르침을 들읍시다.

범부들은 알고 싶고 말하고 싶은 것을 다할 수 없지만,

모든 완전한 사람은 마음 먹은 대로 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52) 이 완전한 예언이 올바른 지자(智者)인 당신으로 인해 잘 보전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최후의 합장을 드립니다. 스스로는 알면서 말씀하지 않음으로써 저희를 방황케 하지

마십시오.

지혜로운 분이시여!


(353) 이것 저것 거룩한 이치를 알고 계시면서 저희를 방황케 하지 마십시오.

정진에 뛰어나신 분이여! 한 여름 더위에 지친 사람이 물을 찾듯이,

저는 당신의 말씀을 갈구합니다. 말씀의 비를 내려 주십시오.


(354) 캅파아야나가 청정한 행으로써 이루려 했던 목적은 헛된 것이었습니까?

혹은 해탈한 사람처럼 소멸된 것입니까? 아니면, 생존의 근원을 남겨둔 것입니까?

우리는 그것을 알고 싶습니다." 스승은 대답했다.


(355) "그는 이 세상 명칭과 형태에 대한 애착을 끊어버린 것이다.

오랫동안 빠져 있던 검은 악마의 흐름을 끊어 버린 것이다."

다섯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스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356) "일곱번째 선인(仙人)이여, 당신의 말씀을 듣고 저는 기뻐합니다.

제 물음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는 저를 속이지 않을 것입니다.


(357) 눈 뜬 사람의 제자인 니그로오다캅파는 말한 대로 실행하여,

사람을 속이는 죽음의 악마가 펼친 질긴 그물을 찢어 버렸습니다.


(358) 스승이시여, 캅파아야나는 집착의 뿌리를 보았습니 다.

아아, 캅파아야나는 가장 건너기 어려운 사마(死魔) 의 영역을 넘어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