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나야만 자유로워진다
육신-색 집착은 본능 아니므로 제어 가능
어린 아이 마음 닮아가는 것이 해탈의 길
부처님께서 망굴라의 산에 계실 때 어느 날 부처님의 제자인 라다가 이렇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중생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입니까.”
“자신의 육신과 색(色)에 집착하는 사람을 중생이라 한다. 또한 보고 듣는 감각인 수(受), 지각(想), 의지(行), 의식(意識)에 얽매이는 것을 중생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육신과 자기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한 애착을 끊어야만 괴로움에서 벗어 날 수가 있다. 이를 비유하면 마치 어린애가 모래성을 쌓고 ‘이것은 내 성이야.’라고 하다가 성이 무너지면 발로 헤쳐 버리고 마는 것처럼 자기 육신과 자기 생각의 굴레를 벗어나야만 자기로부터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는 법이다.”
이것은 『잡아함경』에 들어 있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중생과 부처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부처님은 중생이란 자신의 육신인 육근과 육식, 육진에 애착하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사람의 눈은 좋은 것만을 보려고 하고, 코는 좋은 냄새만 맡으려고 하고, 혀는 맛있는 것만 맛보려 하고, 귀는 좋은 소리만 들으려하고, 몸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이러한 다섯 가지의 좋은 것만을 취하기 위해 사람의 마음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것이 사람을 미혹의 구렁텅이로 빠지게 하는 원인이 된다.
어떤 이는 이러한 것을 두고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하지만 단언컨대, 이것은 마음으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것들이다. 만약 이 땅에 사는 모든 중생들이 이 마음만을 가지고 있다면 이 세상은 아마 혼란의 늪 속에 빠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부처님이 아이들의 모래성에 비유한 것은 바로 집착을 끊어내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아무런 유위의 욕심이 들어 있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을 닮는 것이 곧 중생을 벗어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가 가진 육신, 즉 육근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옭아매고 있는 온갖 좋은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말씀이다. ‘자유롭다’라는 말은 하고 싶은 일을 맘대로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애착에서 벗어나는 것, 온갖 집착을 내려놓아야만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통과 번뇌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항상 제자들에게 경책하신 ‘버림의 안락’이며, ‘열반의 길’ 일이다.
조선시대 대선사였던 휴정 스님은 이러한 자유로움을 철저하게 즐겼던 분이다.
‘天地一虛堂 古今一瞬息 其中一主人 曠劫一顔色(찬지일허당 고금일순식 기중일주인 광겁일안색)
‘천지 아래 한 개의 빈집, 옛날과 지금이 한 순간이네 그 속에 한 주인이 억겁의 세월에도 변함이 없네.’
휴정 스님의 게송이다. 실로 뛰어난 한 구절의 시가 아닐 수 없다. 휴정 스님은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버림의 안락’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추구했던 스님임을 알 수 있다. 마치 가슴이 후련하고 누겁진뇌(累劫塵惱)가 일시에 소멸되게 한다. 투철한 깨달음이 없어서는 이런 노래가 결코 나올 수 없다. 휴정은 하늘과 땅을 하나의 빈집으로 보았으며 무한한 겁륜(劫輪)의 찰나로 본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취하지 않아야 할 것들에 대해 오히려 많은 애착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버릴 것을 마땅히 버려야만 마음의 평안을 얻기 때문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월서 스님
출처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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