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스님 “똥 오줌 뿌리는 짓거리는 부질없는 일” | |||
입력: 2008년 08월 14일 17:55:46 | |||
“똥 오줌 뿌리는 짓거리는 모두가 부질없는 일이로다. 이는 끝이 없거늘 누가 향기와 악취를 구별해 내겠는가.”
도사, 송광사, 수덕사, 백양사 등 5대 총림(선원과 강원, 율원을 갖춘 큰 사찰)을 비롯한 전국 선원의 큰스님들은 안거 기간 동안
깨달음을 향한 ‘결기’ 하나로 화두를 뚫어내기 위해 용맹정진한 선승들에게 일제히 해제법어를 내린다.
이날 해인총림의 상당(법당의 강단 위)에 오르는 법전 스님은 미리 발표한 해제 법어에서 중국의 당나라 때 고승 운문선사가 만
행 중 찾아와 공부하는 방법을 묻는 후학에게 “마른 똥막대기를 마음대로 물어뜯어라”라고 답한 일화를 인용했다. 스님은 “공부
를 하다 보면 금인 줄 알았는데 똥인 경우가 많다. 법은 금이지만 법에 대한 집착은 똥”이라며 “그러나 번뇌의 똥을 치우면 보리
(菩提)의 금이 나오기 때문에 알고 보면 똥과 금은 둘이 아니다”라고 설했다. 법전 스님은 이어 “선림의 해제 대중들은 만행길에
선지식을 만나거든 내가 지난 결제 동안 공부한 것이 금인지 똥인지를 제대로 점검받아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해제길
이 또 다른 결제길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 스님은 “과거의 일은 이미 지나가 버렸으니 아쉬워하지 말고 미래의 일은 이르지 않았으니 미리 사
량하지 말라. 지금은 다만 지금의 이야기만을 해야 하나니 물은 산 아래로 흘러가고 구름은 계곡으로 날아드네”라고 설법했다.
원명 스님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잘 챙겨나가야 한다”며 “어찌 이 자리에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시 문 밖을 나서
는 것인지 나가는 걸음을 안으로 되돌려 한 번 바라보라”고 거듭 당부했다.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은 “지난 90일이 정중(靜中) 공부를 위주로 한 것이라면 앞으로 90일은 동중(動中) 공부를 하는
기간일 뿐 공부에 끊김이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아만(我慢)을 끊고 남의 잘잘못을 말하지 말라”는 해제 법어를 내렸다. 스님은
특히 최근의 종교편향 사건과 이에 대한 불교계의 대응과 관련, “부처님께서 외도들이 욕하거나 때려도 묵빈대치(침묵으로 다
스림)하라고 하셨다”며 “요즘 기독교인들이 불교를 방해한다지만 상대하지 말라”고 밝혔다. 스님은 “고기가 움직이면 물이 흐
려지고, 새가 날면 털이 떨어지느니라”라고 법문했다.
안거 기간 내내 서릿발 같은 선문답으로 수행자들을 몰아붙였던 큰스님들은 모두 “깨닫기 전에는 만행까지도 또 다른 수행 탁마
의 길이니 방심하지 말라”며 쉼없는 정진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석달 동안 선방 좌복(방석)에 가부좌 틀고 잠길에서조차 화두를 놓지 않았던 스님들은 15일 오전 해제 법회가 끝나면 바랑 하나
걸머지고 총총히 산문을 나서게 된다. 길 떠나는 스님들의 여름 한 철 공부는 얼마나 단단해졌을까. 이제 한바탕 시끄러운 세상
의 선방으로 내려가는 스님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마음밭을 일굴까. 스님들은 동안거가 시작되기까지 석달 동안 사바세계를 선
방 삼아 구름처럼, 물처럼 떠도는 만행길에 오른다.
△안거=불교에서 동절기 3개월(음력 10월15일~1월15일)과 하절기 3개월(음력 4월15일~7월15일)씩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결제, 끝내는 것을 해제라고 한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정
리한 ‘무자년 하안거 선사방함록’에 따르면 이번 하안거에는 전국 95개 선원에서 모두 2259명의 스님이 참여했다. 출처 경향신문 <김석종 선임기자> |
'***풍경소리 > 염화실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림자 없는 나무 (0) | 2008.08.27 |
---|---|
본체가 편안하다 (0) | 2008.08.26 |
한가한 도인(道人) (0) | 2008.08.13 |
한반도 땅끝으로 달마가 온 까닭은 (0) | 2008.08.11 |
고봉 / 무심 (0) | 2008.08.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