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 기(氣)의 존재와 해석만큼 논란이 많은 단어도 드물 것이다. 이는 우리가 마음이라는 단어를 개념의 구별 없이 사용하는 것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어느 때는 마음을 버리라 하고, 어느 때는 마음을 일으키라하고, 어느 때는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그리고 불교유식학에서는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한다고도 표현한다. 이와 같이 기(氣)라는 표현도 다양한 측면에서 사용되고 있어, 때로는 혼돈을 일으키기도 한다.
근자의 기에 대한 해석은, 현대과학의 발전에 힙 입어 “에너지와 정보를 가진 파동”이라는 것으로 정리되고 있는 듯하다. 양자역학의 관점에서는 온 우주가 파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는 동양식으로는 온 우주가 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서 파동이 에너지만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무신론적인 자연과학적 견해가 될 것이고, 파동이 정보라는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유신론적인 견해로 치우치게 된다.
그러나 불가기공에서 기라는 개념은 연기법이라는 근본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즉 본래 하나의 기운이 두 갈래의 상대적인 속성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다. 이를 불교에서는 부처는 지혜와 자비의 두 가지 속성을 가진다고 하고, 밀교에서는 태장계와 금강계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결국 불가기공에서의 기는 다른 표현으로는 한 마음(一心)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파동에 해당되는 기는 우주에 충만해 있으며, 우주의 파동은 다양한 주파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우리의 감각기관에 포착되는 부분을 가시광선 영역이라 하고, 그 영역너머를 적외선과 자외선이라고 부른다. 물론 더 넓은 영역을 언급하면 x-선이나 극초단파도 포함된다. 이렇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며 살아가는 세계는 가시광선의 영역이며, 보통 7가지 빛깔로 나타나게 된다.
또한 우주의 모든 입자는 그 안을 들여다보면 파동의 상태에 있다고 하며, 물질과 마음의 영역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러한 설명을 불가식으로 표현하면 모든 세상만물은 그것이 물질이든 빛물질이든 간에, 파동의 진동수의 차에 따라 특성이 드러난다는 것이 된다. 그러면 그러한 파동이 가라앉은 고요한 어떤 기준상태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인간적 차원에서는 고요한 호수에 달이 비추어진 무심의 상태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불교무술의 수련관점에서 마음은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연속된 흐름의 상태에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이 불가기공에서의 기는 하나의 근원적인 마음을 지칭함과 동시에, 다양하게 나타나는 개체적인 특성을 가진 마음들의 집합체인 삼라만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에 대한 불가식 표현은 온 우주가 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의상대사의 법성게에 나타난 “일중일체다중일 일즉일체다즉일(一中一切多中一 一卽一切多卽一)”이 그러한 뜻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할 것이다.
불교무술에서 기공수련이란 바로 이러한 한계가 없이 이어지는 파동의 흐름을 인식하는 과정에 해당된다. 그리고 그러한 수련의 실마리로서의 출발점은 우리 몸의 감각적 파동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그 외연을 넓혀 육안과 귀로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영역까지 확대하게 된다. 우리의 뇌파를 검사해보면 4가지 다른 상태를 나타낸다고 한다. 깨어 활동할 때는 베타파, 명상에 들었을 때는 알파파, 깊은 무아의 명상상태에 들었을 때는 감마파, 그리고 한밤중에 잠깐 파동이 없는 무의식의 세계에 든다고 한다. 이는 『능엄경』에서 말한 관음보살의 이근원통(耳根圓通) 수행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이근원통법에서는 사람이 들어야 할 네 가지 소리(묘음, 관세음, 범음, 해조음)가 있다고 하는데, 결국 이는 앞서 말한 뇌파 파동의 4단계를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눈을 감고 오직 청각만으로 내부 및 외부의 움직임을 식별하는 훈련도 하게 된다. 물론 경지가 깊어지면 “나와 너”를 가로막는 물질과 마음의 영역을 넘어서 오직 파동의 세계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이심전심의 경계를 증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불가기공이란 결국 나라는 틀을 깨고 더 넓은 세계와 정보를 인식하는 인식전환의 수련법이라 할 것이다.
연제홍 영국 뉴캐슬대 박사
965호 [2008년 09월 16일 15시 09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