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허물을 들추기 위해서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머물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장로 사리풋타가 부처님에게 이런 것을 여쭈었다.
"부처님, 만약 비구로서 남의 허물을 들추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선 다섯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는 반드시 사실이어야 하고, 둘째는 말할 때를 알아야 하고, 셋째는 이치에 합당해야 하며, 넷째는 부드럽게 말해야 하며, 다섯째는 자비심으로 말해야 한다."
"그러나 진실한 말을 했는데도 성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때는 어찌해야 합니까?"
"그에게는 그것이 사실이며 자비로운 마음에서 말한 것임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양 말하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만약 어떤 강도가이 와서 너를 묶고 너에게 해를 입히고자 한다고 하자. 그 때 너희가 강도에게 나쁜 마음으로 욕하고 반항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강도는 더욱 너를 괴롭힐 것이다. 그러므로 그 때는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 마찬가지로 누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말하더도 그에게 나쁜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원망하기 보다는 불쌍한 마음을 일으키라."
"그러나 진실한 말을 해도 화를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만일 그가 아첨을 좋아하고 거짓되며, 속이고 믿지 않으며, 안팍으로 부끄러움을 모르며, 게으르고 계율을 존중하지 않으며, 열반을 구하지 않고 먹고 사는 일에만 관심이 많다면 그와는 함께 하지 않는 것이 좋으리라."
잡아함 18권 497경 <거죄경(擧罪經)>
부처님과 사리불이 나눈 이 대화의 주제는 남의 허물을 말 할 때, 또는 내가 남으로부터 허물을 지적받았을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가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그것이 진실한 것인가, 이치에 맞는가 등을 따져본 뒤 신중하고 말하고, 듣는 사람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라고 권한다. 만약 이런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차라리 참으라고 말한다.
같은 문제를 다룬 경전으로는 이 결 앞에 있는 <고수경(고수경)> <계경(계경)> <쟁경(쟁경)> 등이 있다. 이런 경전들이 여러게 있다는 것은 부처님을 모시고 수행하던 제자들도 다툼이 있고 시비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들도 한번 시비가 생기면 남의 권고를 듣지 않거나, 심하면 없던 말도 덧붙여서 남을 모함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부처님도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다툼이 일어났을 때 해결하는 절차와 방법을 별도로 규정하기도 했다. 여기서는 그에 앞서 남의 허물을 말할 때는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원칙이 제시되고 있다. 이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말할 때를 알아야 하고 말할 때는 부드럽게 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남의 허물을 보거나 말할 때 상대방의 입장이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사실대로 말하고 바른 말을 했는데도 드든 사람이 언짢아 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이런 배려가 없는 탓이다. 이렇게 되면 허물을 들춘다는 것 자체가 시비의 근원이 된다. 한번 시비가 생기면 최초의 원인은 없어지고 말꼬리가 말꼬리를 물면서 작은 시비가 큰 시비가 된다. 세상의 시비라는 것이 다 그렇다. 그러므로 비록 사실을 말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리고, 특히 상대방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완곡한 표현을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한가지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경우 어떻게 하면 좋으냐 하는 문제다. 이 때 부처님은 강돌으 비유를 들면서 오히려 불쌍하게 여기라고 말한다. 부처님다운 말씀이다. 세속적 계산법으로 보면 이는 일방적인 양보와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럴 때가 처신하기가 가장 힘들다. 부처님 말씀이 분명 옳기는 옳으나 그렇게 하면 현실적으로 손해를 보거나 바보취급을 당하기 쉽다. 그래도 부처님 가르침대로 해야 하는가? 자신이 얼마나 불교적으로 훈련된 사람인가는 이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있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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