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27. 부처님의 몇가지 유훈

slowdream 2009. 6. 8. 09:37

27. 부처님의 몇가지 유훈


베살리를 출발한 부처님이 열반지인 쿠시나가라의 두 그루의 사라나무 사이에 이르렀을 때의 일이다. 멀리서 부처님 일행이 오는 것을 본 한 바라문이 존경심을 일으켜 문안을 여쭙고 내일 아침 공양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그만 두라. 그대는 이미 내게 공양을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바라문은 거듭 간청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난다가 나서 사정을 설명했다.
"부처님은 지금 매우 피로하고 위중하십니다. 수고롭게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가 물러가자 부처님이 아난다에게 말했다.
"저 사라나무 아래 누울 자리를 마련하거라. 나를 눕힐 때는 머리는 북쪽 얼굴은 서쪽으로 향하게 하라. 왜냐하면 앞으로 내 교법은 북방에서 오래 머물 것이기 때문이니라."
부처님을 눕혀드린 아난다는 이제 드디어 부처님이 열반에 들것을 알고 슬픔을 참지 못해 한쪽 구석으로 가서 흐느껴 울었다. 부처님은 그런 아난다를 불러 위로했다.
"이제 그만 그쳐라. 그대는 나를 시봉한 이래 몸과 입과 생각으로 한량없는 자비로 공양해왔다. 누구도 그대에게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아난다는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부처님께 마지막으로 몇 가지 여쭈었다.

"부처님이 돌아가시면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볼 데가 없어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는 어떻게 해야 할는지요?"
"걱정하지 말라. 그들은 내가 태어난 곳, 정각을 성취한 곳, 처음으로 설법한 곳, 멸도에 든 곳을 찾아 나를 사모하고 내가 설법한 것을 생각하며 탑사(塔寺)를 예경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도를 얻은 자는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부처님이 열반한 뒤에 수도하기를 원하는 자가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는지요?"
"그들에게는 출가를 허락하되 지체하지 말고 시험 없이 구족계를 주어서 수행하게 하라. 또한 그대들은 오늘부터 내가 말한 소소계(小小戒)는 버리고 위아래가 화합해서 예도를 따르라. 이것이 집을 떠난 자가 공경하고 순종하는 법이니라."

이어서 부처님은 모든 비구들에게 법과 율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는 것이 있다면 물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이 최후의 유교를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방일하지 말라. 나는 게으르지 않음으로서 정각을 이루었다. 또한 한량없는 선법은 방일하지 않음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체 만물은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말씀을 마치자 부처님은 조용히 열반에 들었다. 그때 땅은 크게 진동하여 모든 사람들은 다 놀랐다. 허공에서는 연꽃과 우담바라가 꽃비가 되어 내렸고 천지는 큰 광명이 비쳐 해와 달이 비칠 때보다도 더 밝았다.

-장아함 4권 제4경 <유행경(遊行經)>


초기교단에서 부처님의 존재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수행자들은 부처님을 의지해 수행했으며, 무엇이든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가 물어보고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 부처님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수행자들로서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다. 부처님의 열반이 당시 승가에 얼마나 충격을 주었는지는 경전에 그대로 반영돼 나타났다. 후대의 경전 편집자들은 부처님의 생애 가운데 열반에 들기 직전 1년 가량의 일과, 열반 장면, 화장과 사리분배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마치 일지를 써나가듯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다른 경전이 설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서 상황묘사가 소홀한 것에 비하면 이는 특기할만한 점이다.

이 가운데는 부처님이 열반에 든 이후 교단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포함돼 있다. 우선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것은 후계자 문제와 장례 절차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항목에서 알아보기고 한다.
그 다음은 계율에 관한 문제로서 이른바 소소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소소계(小小戒)란 글자그대로 자고 사소한 계를 말한다. 불교의 계율은 때와 장소에 따라 제정된 것이다. 이를 수범수제(隨犯隨制)라 한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제정된 것이란 뜻이다. 모든 계율은 이렇게 특별한 시간적 공간적 상황적 배경아래 제정된 것이므로 시간과 장소가 달라지면 지키기 어려운 것이 생길 수도 있다. 아난다는 이런 문제를 물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사소한 것은 버리거나 고쳐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나중에 문제가 됐다. 무엇을 사소한 것으로 볼 것이야 하는 문제 때문이다. 뒷날 제자들은 아난다에게 이 점을 물었으나 그것은 여쭈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아난다는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만큼 이 문제는 교단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참고로 현재 한국의 승단에서는 새로 출가하는 사람들에게 부처님 당시 제정된 비구250계, 비구니 348계를 다 지킬 것을 서약 받고 있다. 그 중에는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