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어리석은 선택 지혜로운 선택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두 가지 보시와 은혜에 대해 이렇게 말씀했다.
“수행자들이여, 세상에는 두 가지 보시가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 보시인가. 하나는 법의 보시(法施)요 또 하나는 재물의 보시(財施)니라. 세상의 모든 보시 중에는 법의 보시가 최상의 보시니라. 그러므로 항상 법의 보시에 힘쓰도록 하라.
수행자들이여, 세상에는 두 가지 업이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 업인가. 하나는 도를 닦는 업(有法業)이요 또 하나는 재물을 모으는 업(有財業)이니라. 세상의 모든 업 가운데는 도를 닦는 업보다 나은 것이 없다. 그러므로 항상 도 닦는 업을 닦는데 힘쓰도록 하라.
수행자들이여, 세상에는 두 가지 은혜가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 은혜인가. 하나는 진리를 가르쳐준 은혜(法恩)요, 또 하나는 재물을 베풀어준 은혜(財恩)니라. 세상의 모든 은혜 가운데 최상의 은혜는 법을 베풀어준 은혜니, 항상 법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라.
수행자들이여,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것이 두 가지 종류의 사람이고 어떤 것이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가. 하나는 어리석은 사람이고 또 하나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어리석은 이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것이 어리석은 사람의 두 가지 모습이니라. 그러나 지혜로운 이는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기꺼이 한다. 이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두 가지 모습이니라.
그러므로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은 항상 재시보다는 법시에 힘쓰며, 유재업보다 유법업을 닦는데 힘쓰며, 재은보다는 법은에 감사하며, 어리석은 모습보다는 지혜로운 모습을 갖추기에 힘써야 하느니라.
-증일아함 제7권 ‘유무품(有無品)’ 제3-6경
경전을 읽다보면 아무리 부처님 말씀이지만 중생의 입장에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어떤 것은 세속적 삶을 포기해야 가능한 것도 있다. 또 어떤 것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따라가기가 어렵다. 이 경에 말하는 것도 그런 것들 중의 하나다.
법시가 재시보다 훌륭하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인지는 생각해볼 점이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설법을 해주는 것보다 현실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도를 닦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낫다는 주장도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세상은 경제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데 생업을 팽개치고 도나 닦으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은혜를 갚는 것도 물질이 오고가는 것이 좋지 말로만 고맙다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이런 불만과는 달리 부처님의 말씀에는 보다 깊은 뜻이 숨어있다. 노숙자에게는 빵을 주는 것보다는 빵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법시(法施)의 정신이다. 돈을 벌 때도 상식과 양심에 따라 깨끗하게 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뒤탈이 난다. 이것이 유법업(有法業)의 정신이다. 보은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담은 선물이라야 은혜에 갚음하는 것이다. 이 점을 강조한 것이 법은(法恩)의 정신이다.
요약하면 현실적인 이해관계로만 득실을 계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대처해나가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의 태도라는 것이다. 부처님이 우리를 깨우쳐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닌가 싶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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