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스님에게 조주스님이 물었다.
"크게 죽은 사람이 도리어 살아날 때는 어떠한가?"
"밤길을 가지 말고 날이 밝아 모름지기 이르러야 한다."
천동 각선사가 소참에서 말하였다.
"생멸심이 다하니 이는 곧 적멸이라 露柱가 아이 베는 시절이요,
적멸심이 일어나니 이는 곧 생멸이라 石女가 아이를 낳으니 말할 줄 안다.
쓸 때는 삼라만상이 차서 남음이 없고, 거두어 들인 곳에는 하나도 참되어 비고 이지러짐이 없다.
등칡이 마르고 나무 넘어져 허허 웃음이여, 청풍과 명월은 옛과 같다.
조주가 투자에게 물어 '밝아 모름지기 이르러야 한다'함을 기억한다.
각이 말하리라. 좋다 형제여!
문에 들어서지도 않고 문을 나서지도 않는다.
높고 높은 산꼭대기에 서지만 어찌 몸을 나타내리오.
깊고 깊은 바다밑을 가지만 자취를 숨기지 못한다.
木人이 도장을 쥐고 바람결에 서니 문채가 드러나지 않고,
石女가 베틀북을 놀리나 곧 베틀에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았다.
바로 이러한 때를 당하여 지금 어떻게 변통하려는가.
알겠느냐?
은밀히 한 걸음 옮기매 六門이 밝아지고
한없는 풍광에 온누리가 봄이로다."
또 소참에 이 법문을 들어 말하였다.
"만약 이때를 알게 되면 문득 알아 말하되,
'밝음 가운데를 당하여 어둠이 있으니 어둠으로써 서로 만나지 말고,
어둠 가운데를 당하여 밝음이 있으니 밝음으로써 서로 보지 말라'하리라.
일체법이 다하는 때에 밝고 밝게 항상 있고,
일체법이 날 때에 비고 비어 항상 적적하니,
죽음 가운데 삶이요, 삶 가운데 죽음이라 말할 줄 알아야 하리라."
-퇴옹 성철 <본지풍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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