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0장. 펼쳐지고 펼쳐지는 道의 움직임>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되돌아감이 道의 움직임이며 약함은 道의 쓰임이다. 온갖 만물은 有에서 펼쳐지며 有는 無에서 펼쳐진다.
反者 道之動 弱者 道之用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반자 도지동 약자 도지용 천하만물생어유 유생어무)
짧은 문장이지만, 道를 이보다 함축적으로 묘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反은 세 가지 의미를 지닌다. 되돌아감, 뒤집힘, 되풀이가 그것이다. 되돌아감은 有와 無를 끝없이 순환하는 것으로 곧 <주역>의 “펼쳐지고 펼쳐지는 것을 易이라 한다”이다. ‘약함이 道의 쓰임’이라는 것은 36장의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와 같은 맥락이다. 만물은 有에서 펼쳐지고, 有는 無에서 펼쳐지며, 또한 無는 有에서 펼쳐진다. 즉 無와 有는 緣起의 관계에 있다. 그리고 선험적인 道는 경험적인 현상계를 통해서 접근이 가능하다. 無와 有가 서로 되돌아감에서 우리는 세상의 이법인 中道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14장의 “보려 해도 보이지 않는 것, 아련함이라 이름한다. 들으려 해도 들을 수 없는 것, 아득함이라 이름한다.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것, 희미함이라 이름한다. 이 셋으로도 밝혀낼 수 없는 까닭에 그냥 뭉뚱그려서 하나로 한다”가 말하듯, 道는 우리의 인식으로는 결코 밝힐 수 없는 대상이다. 다만 道라 말하고 理, 太極이라 말할 따름이다. <주역 계사전>에서는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와서, 해와 달이 서로 밀어서 밝음이 생한다.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가면 추위가 와서,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어서 해[歲]를 이룬다. 가는 것은 굽힘이요 오는 것은 펼침이니, 굽힘과 펼침이 서로 느껴서 이로움이 생한다.”라 했다.
이러한 道에 대해서 성철 스님이 게송으로 읊은 바 있다.
無邊風月眼中眼 가이없는 풍월은 눈 속의 눈이요
不盡乾坤燈外燈 다함없는 하늘과 땅은 등불 밖의 등불이러라
柳靑花明十萬戶 버들은 푸르고 꽃은 예쁜데 십 만의 집에
叩門處處有人應 문을 두드리는 곳곳마다 사람이 답하네
佛家에서 매우 귀히 여기는 <서장(書狀)>의 저자이자, 중국 선종의 대가 대혜(大慧) 선사는 원오(圓悟) 선사의 제자이다. 대혜 선사의 말씀을 들어보자.
“원오 스님께서 ‘훈풍이 스스로 남쪽에서 오는구나’라고 법문하심을 듣고 홀연히 과거와 미래가 끊어지니 마치 한 뭉치 엉클어진 실을 한 번 끊으니 죄다 끊어짐과 같았다. 마음에 움직임이 없어 청정한 무심경계에 앉게 되었다. 허나, 원오 스님이 말씀하시길,
‘아깝도다. 너는 죽었으나 살아남지 못하였으니 언구(言句)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 큰 병이로다. 죽은 후 다시 살아나야 스스로를 속일 수 없느니라.’
그런 연후에 원오 스님 방에 들어갈 때마다
‘유구무구가 등칡이 나무를 의지함과 같다(有句無句如藤倚樹)’
는 화두를 들어 물으시고 내가 겨우 입을 열려고 하면 즉시 ‘아니다’는 말씀만 되풀이하셨다.
내가 비유로써 설명하되,
‘이 도리는 흡사 개가 뜨거운 기름솥을 보는 것과 같아서 핥으려 하나 핥을 수 없고 버리자니 버릴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하니,
원오 스님께서는 ‘너의 비유가 지극히 좋구나’라고 하셨다.
어느 날 원오 스님께서‘나무가 넘어지고 등칡이 마르니 서로 따라온다’고 법문 하심을 듣고, 내가 즉시 이치를 깨닫고서‘제가 이치를 알았습니다’하였다. 원오 스님께서는‘다만 네가 화두를 뚫고 지나가지 못할까 두렵다’하시며, 한 뭉치의 어려운 화두를 거푸 들어 물으셨다. 이리 물으면 저리 대답하고 저리 물으면 이리 대답하여 내가 거침이 없으니, 마치 태평무사한 때에 길을 만나면 문득 가듯 하여 다시 머물고 막힘이 없으니 바야흐로 ‘스스로를 속이지 못한다’고 하신 말씀의 뜻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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