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형에게 답하는 편지
...중생이 전도되어 자기를 미혹해 사물을 따르기 때문에 적은 욕심의 맛을 탐착하여 달게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받나니, 날마다 눈을 뜨지 않았을 때와 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을 때와 반쯤 잠에서 깨려고 할 때에 의식이 이미 어지러이 휘날리어서 망상을 따라 방탕하게 흐르는지라, 선을 짓고 악을 지음은 비록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침상에서 내려오지 않았을 때 천당과 지옥이 자기의 마음속에 있어서 이미 한때에 성취되었다가 마침내 나타날 때를 기다려서는 이미 제팔식에 떨어져 있게 됨이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온갖 근들이 자기 마음의 나타남이며, 국토와 몸 등의 곳집[藏]이 망령된 생각으로부터 시설되고 나타내 보이나니, 마치 강물이 흘러가는 것과 같고 종자와 같으며, 등불과 같고 바람과 같고 구름과 같아서 찰나에 굴러서 옮기되, 뜻이 바삐 움직이는 것이 마치 원숭이와 같으며, 깨끗지 못한 곳을 좋아함은 날파리와 같으며, 만족함이 없는 것은 마치 바람과 불과 같으며, 비롯함이 없는 거짓된 습기의 씨앗은 마치 물 긷는 두레박 등의 일과 같다”고 하셨으니, 여기에서 알아차릴 수 있다면 곧 인아(人我)를 여읜 지혜라고 부르게 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허망하게 들뜬 마음이 모든 계교스러운 견해가 많다”고 하시니, 만약 있다는 것에 집착하지 않으면 문득 없는 것에 집착하고, 만약 이 두 가지 종류에 집착하지 않으면 문득 있음과 없음의 사이에서 헤아려 생각해 재며, 가령 이 병을 알았다 할지라도 결정코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아니한 곳에 이르러서 있나니, 그러므로 선성(先聖)이 입이 다 아프도록 정성스럽게 하시여, 하여금 사구(四句)를 여의고 백비(百非)를 끊게끔 하시고, 당장에 한칼로 두 동강을 내어서 다시 뒤를 생각하고 앞을 헤아리지 않게 하시어 앉아서 천 성인의 정수리를 끊게끔 하셨으니, 사구란 곧 있음과 없음과 있지 않음.없지 않음과 또한 있음.또한 없음이 이것이다. 만약 이 사구를 꿰뚫어 마칠 수 있다면 온갖 법이 ‘진실로 있다’고 말함을 보고 나도 또한 따라서 저와 더불어 있음을 말하더라도 또 이 ‘진실로 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니며, 온갖 모든 법이 ‘진실로 없다’고 말함을 보고 나도 또한 따라서 저와 더불어 없음을 말하더라도 또 세간의 공허한 없음이 아니며, 온갖 모든 법이 ‘또한 있고 또한 없다’고 말함을 보고 나도 또한 따라서 저와 더불어 ‘또한 있고 또한 없음’을 말할지라도 또 쓸모없는 이론[戱論]이 아니며, 온갖 모든 법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아니함’을 보고 나도 또한 따라서 저와 더불어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아니함’을 말할지라도 또 서로 어긋나지 않으니라. 정명께서 이르시되 “외도인 여섯 스승의 떨어진 바에 너도 또한 따라서 떨어져야 한다”고 하심이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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