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불교/서장(書狀)

허사리에게 답하는 편지

slowdream 2007. 10. 17. 14:19
 

허사리에게 답하는 편지


...(중략)...이 일은 또한 오래도록 선지식을 참문하면서 총림을 두루 돌아가닌 뒤에야 증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에 더러는 총림에 있으면서 머리가 희고 이가 누렇게 되도록 요달하지 못한 놈이 있는가 하면, 또 더러는 잠깐 총림에 들어와 한 번 펴서 엶에 문득 굴러서 천 가지를 요달하고 백 가지를 당하는 놈이 있나니, 발심에는 선후가 있거니와 마음을 깨달음에는 선후가 없느니라.


옛적에 이문화 도위가 석문의 자조를 참례하고 한 글귀 아래에 알아차려 문득 천 가지를 요달하고 백 가지를 당하여 일찍이 게송으로 자조께 바쳐 이르되 “도를 배움에는 마땅히 무쇠로 부어만든 놈이라야 손대자마자 생각하자마자 문득 판단하나니, 곧장 위 없는 깨달음을 취하고자 한다면 온갖 옳고 그름을 참관하지 말라”고 하였으니, 다만 처음부터 다잡아가서 죽어야만 곧 쉴지언정, 종요로이 뒤를 생각하고 앞을 헤아리지 말며, 또한 종요로이 더디게 의심하여 번뇌도 내지 말지니, 번뇌한즉 도에 장애가 되리라. 빌고 비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