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불교/서장(書狀)

진소경에게 답하는 두 번째 편지

slowdream 2007. 10. 16. 14:28
 

진소경에게 답하는 두 번째 편지



편지를 보니 “나의 여태까지 편지를 받은 뒤로부터 매일 시끄러운 가운데, 몸소 피하여 숨으려 하나 피할 수 없는 곳을 만남에 항상 스스로 점검하되 아직 공부에 힘을 붙이지 못했다”고 하니, 다만 이 피하여 숨으려 하나 피할 수 없는 곳이 곧 이 공부를 끝장낼 곳이라.만약다시 일부러 힘써 점검한즉 또한 도리어 멀어져 버린다.


옛날 위부의 노화엄께서 말씀하시길 “불법이 일용처(日用處)와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곳과, 차 마시고 밥 먹는 곳과, 말로써 서로 문답하는 곳과, 짓는 일과 해야 할 일의 곳에 있으니, 마음을 들고 생각을 움직이면 또한 도리어 옳지 못하니라”고 하시었으니, 그런 까닭에 바로 피하여 숨으려 하나 피할 수 없는 곳을 당하여 간절히 마음을 일으키고 생각을 움직여서 점검하려는 생각 짓기를 꺼릴지어다.


조사[3조 승찬대사]께서 이르시되 “분별을 내지 않으면 허명하여 스스로 비친다”고 하셨으며, 또 방거사가 이르되 “날마다 쓰는 일들이 다름이 없는지라 오직 내가 스스로 짝하여 어울리니, 제각기 취하고 버림도 없고 곳곳마다 어긋남도 없도다. 벼슬아치를 누가 이름했는가? 언덕과 산들은 티끌 하나 없도다. 신통과 묘용이여! 물긷고 나무를 나름이로다.”라고 하셨으며, 또 옛 성인[달마대사]께서 이르시되 “다만 마음을 두어서 분별로 헤아려 잰다면 자기마음으로 뚜렷이 헤아린 것이 실로 모두가 꿈이다”고 하셨으니, 간절히 기억해 지닐지어다.......(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