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랑중에게 답하는 편지
...“무엇이 부처입니까?”하니 “마른 똥막대기니라”하시니, 이 속에서 뚫지 못하면 납월삼심일[임종시]로 더불어 무엇이 다르리요? 서생들이 평생토록 낡은 종이를 뚫되 이 일을 알고자 하여 뭇 서적을 널리 보며 높고 넓은 담론으로써 “공자는 또한 어떻고, 맹자는 또한 어떻고, 장자는 또한 어떻고, 주역은 또한 어떻고, 고금에 난리를 다스림은 어떻고”하며, 이런 사소한 말들의 끌림을 받아오면서 일곱 번 넘어니고 여덟 번 거꾸러져서 제자백가를 사람이 겨우 한 글자만 드는 것을 듣고는 문득 책을 이루도록 외워 지녀서 한 가지 일이라도 알지 못함으로써 부끄러움을 삼았다가 그가 자기 집 속일을 묻는 데 이르러서는 오로지 한 사람도 아는 자가 없으니, 가히 “하루 내내 남의 보배를 세면서 스스로는 반푼의 돈도 없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라. 공연히 세상에 와서 한 생을 살다가 이 몸뚱아리를 벗고서는 천당에 오름도 알지 못하고, 지옥에 듦도 알지 못하며, 그 업력을 따라서 제취[육도]에 흘러듦도 아울러 알지 못하되, 만약 다른 사람의 집 속일일이라 하면 적고 큼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느니라.
....다만 이 화두를 들어서 홀연히 기량이 다할 때에 문득 깨달으리라. 하지만, 문자를 찾아 인증하고 어지러이 헤아려서 주해함을 간절히 꺼릴지어다. 비록 그렇게 화두 위에서 주해하기를 분명히 하며, 설명하기를 딱 맞음이 있을지라도 모두가 다 죽은 사람의 살림살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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