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칸방 상상력’ 이 뉴욕을 흔들었다
장애 카투니스트 지현곤씨 현지 전시회 성황
막내 동생이 대신 참석… 50점중 30점 팔려
"Wonderful! Fantastic!(멋지다, 대단하다!)"
카툰작가 지현곤씨<사진>의 전시회 '가능성으로부터 현실로(From Possibility To Actuality)'가 공식 개막한 3일 뉴욕 맨해튼 웨스트 27번가의 아트 게이트(Art Gate) 갤러리를 찾은 600여명의 관람객들 입에서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뼈와 살이 녹아드는 척추결핵에 걸려 초등학교 1학년을 중퇴하고 40년 동안 경남 마산의 단칸방에서만 엎드려 살아온 지현곤 작가. 평생 그린 카툰작품을 모아 서울에서 지난해 두 차례의 전시회를 열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린 그의 세 번째 작품전이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서울애니메이션센터 후원으로 세계 최대의 미술시장인 뉴욕 첼시에서 열린 것이다.
동물 모습이 담긴 TV수상기를 들고 방주로 들어가는 노아, 전쟁 폐허에서 병사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리모컨을 든 TV에 조종당하는 인간…. 관객들은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휴머니즘, 전쟁과 평화, 환경 등의 주제를 담은 그의 작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캐나다에서 온 로버트·아이린 빌란 부부는 "그 좁은 방안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그린 그림에 정치·사회·철학이 모두 담겨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천부적인 예술가가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작품들"이라고 극찬했다.
여류화가 쟈넷 스태포드씨는 "같은 예술가의 입장에서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일일이 점을 찍어내 작품을 그려냈는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개막 첫날에 전시된 그림 50점 중 30점에는 미술품 컬렉터들에게 '팔렸다'는 뜻의 빨간 스티커가 붙었다. 뉴욕에 첫 신고를 하는 자리여서 가격은 상징적 의미로 작품당 2000달러로 최소화했다.
▲ 카툰작가 지현곤씨의 작품‘리모콘을 든 TV에게 조종당하는 인간’ /조선일보 DB
지현곤씨는 개막식에서 상영된 영상 메시지에서 "방치됐던 내가 만화를 그리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오싹하기까지 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지현곤씨 대신 막내동생 정훈(35)씨가 대리인으로 참석했다. 정훈씨는 형을 대신해서 관람객들에게 일일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어 현곤씨가 일어날 시각이 되자 곧장 마산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림도 벌써 30점이나 팔렸다. 뉴욕 사람들이 트렌드도 있고 독창적이라고 칭찬 많이 하더라. 런던이랑 파리에서는 전시 안 하느냐 묻더라." "진짜가? 니 만우절 때 못봤다고 거짓말하는 거 아이제?"
전시회 제목처럼 '가능성'은 '현실'이 됐다. 행사는 26일까지다.
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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