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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⑦ 뇌과학과 동양의학

slowdream 2008. 6. 10. 17:15
 

[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⑦ 뇌과학과 동양의학


뇌과학 “마음은 의식과 동일한 뇌 작용”

동양의학 “경락으로 몸-마음 상호 영향


모든 종교는 그것이 유일신교이든 다신교이든 간에 인간의 마음에 대한 나름대로의 교설을 가지고 있다. 유일신교의 경우에 인간의 마음은 오로지 신을 향해 순종할 것을 요구하지만, 근자에는 니체 같은 서양철학가의 반론에 의해 한풀 꺾인 상황이 되었다. 동아시아 종교로 통칭되는 유불도의 경우에는 다소 복잡한 양상을 띄며 전개되어 왔다. 예를 들어 원시유가의 경우에는 상제(上帝)를 인정하고 있지만, 후일 성리학에 들어오면 이기설(理氣說)로 바뀐다. 도교의 경우도 도가와 도교로 나누어 보면 그 궁극적 대상이 차이가 나고 있다. 단지 불교만이 시종일관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이라는 붓다의 교설에서 나타나듯이, 스스로 진리를 구현할 것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여하한 경우라도 마음의 소재지가 육체상에 나타날 때는 가슴 혹은 심장이라 인식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마음이 아프거나 답답할 때 가슴부위를 쓰다듬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본다. 아마도 묵시적으로 마음은 가슴에 있다고 인정한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가슴부위를 내단학(內丹學)적 용어로는 중단전(中丹田)이라 부른다.


그러나 현대 뇌과학의 결론은 우리의 마음은 의식과 동일시되고 그것은 뇌의 작용이라는 것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는 듯하다. 모든 마음에 있는 생각은 반드시 뇌의 특정부위에 반응이 일어나고, 이는 역으로 뇌의 신경분비물을 조절하면 인간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니 뇌과학의 입장에서는 뇌의 연구가 실증적인 마음의 연구가 되는 것이다. 분명히 뇌과학은 상단전(上丹田)이라는 두뇌를 중심으로 함을 알 수 있다.


반면에 동양의학의 경우는 아직도 과학적으로 확연히 입증되지 않고 있지만, 인체에 거미줄처럼 분포되어 있는 경락의 작용에 의해 몸과 마음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인체의 위아래를 흐르는 기의 유주로를 ‘경(經)’이라하고 좌우로 연결하는 흐름을 ‘락(絡)’이라 하는데, 일반적으로 12경과 15락을 합쳐서 경락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상하와 좌우를 흐르는 기의 흐름은 상호간에 상보적인 관계에 있으며, 이외에 기경팔맥이라고 해서 몸의 중심부와 팔방을 상호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기의 흐름이 있다. 바로 이러한 상호상보적이고 유기적인관계를 현대어로는 프랙탈이라고 하며, 이러한 이유로 수지침이나 이침(耳針) 및 왼쪽발목이 삐었는데 오른쪽에다 침을 놓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경팔맥과 12경락의 근원지이자 출발점이 오장육부의 한 가운데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이를 흔히들 하단전(下丹田)이라고 부른다.


동의보감을 보면 이렇게 상중하로 나뉘는 힘의 중심점을 단(丹)이라 부르며, 인간에게는 삼단(三丹)이 본래 갖추어져 있으며, 이러한 삼단이 상호교류 및 길항작용을 하는 것이 생명작용이라고 정리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삼단의 구조와 작용을 잘 살펴서 다스려나가는 것이 천수를 누리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동서양의 인체학에 대한 관점을 보면 결국 상단전과 하단전의 효용은 중단전에서 최종적으로 발휘됨을 알 수 있다. 즉 하단전이 힘의 발전소라면, 상단전은 연산작용을 하고 있고, 중단전은 상하단전의 상호교류를 반영하는 변전소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중단전을 다스리면 결국 상하단전을 동시에 다스리게 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우리는 뇌과학의 연구로 상단전인 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동양의학이 말하는 경락에 의해 하단전 즉 오장육부의 초월적인 기능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하단전을 인간답게 지키고 사용하려면 중단전이라는 인간의 마음의 구조와 속성을 잘 알아야 하는데, 바로 이러한 도움을 불교의 심법(心法)에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관점이 앞서 지욱선사의 『주역선해』에서 언급한 ‘건(乾)’은 ‘지혜’이고 ‘곤(坤)’은 ‘자비’라는 설명인데, 동양의학에서 ‘건’은 머리 즉 상단전이고 ‘곤’은 복부 즉 하단전에 배대된다. 그러므로 불가에서 연기(緣起)하므로 무아라는 말은 건과 곤의 상호교류에 의하여 만상이 일어나니 ‘나’라는 중단전의 고정된 실체는 없다는 말이 될 것이다.


영국 뉴캐슬대학 화공학박사 연제홍

출처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