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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교상판석]⑧ 사대(四大)와 오행(五行)

slowdream 2008. 6. 10. 17:19
 

[新 교상판석]⑧ 사대(四大)와 오행(五行)


몸· 인식능력· 정신작용은 상호 순환

불교 수행에서 몸의 이해 보완 필요


불가와 그리스철학에서 우리의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이라는 네 가지 물질이 인연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고 본다. 몸뿐만 아니라 정신작용까지 포함하여, 밀교계통에서는 지수화풍공식(地水火風空識)의 6가지로 나타내어 물질적 존재인 오대(五大)와 물질적 대상에 대하여 인식 작용을 하는 심법(心法)인 식(識)을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관점들을 현대식으로 풀어보면, 인간은 몸, 인식능력 및 정신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셋은 상호유기적인 관계 속에 존재하고 순환하고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몸이 있기에 인식작용을 하고 추론을 할 수 있으며, 역으로는 한 생각을 일으켜 기억이 떠오르고 몸을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방향의 심신작용은 동양학에서는 원형의 순환궤도로 표현되고 있으며, 오행(五行)이라 통칭되는 다섯 가지 요소로 만물이 상생상극하며 순환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사대와 오행은 비록 우주만물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지만, 예로부터 우주만물을 분석하는 전통적 사유체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음양오행론을 몸, 감정 및 정신에 적용할 시에는 그 해석방식이 다양함을 유념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화(火)의 경우 몸에는 열기, 감정에는 흥분, 정신에는 쾌활 등으로 표현되나, 이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반대의 역효과를 가리킬 때가 있다. 그것을 음양의 변화라고 하며 현대적 의미로는 “방향성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한국 사람들이 뜨거운 탕 속에 들어가 “어~ 시원하다!”하고 말하는 것과 같이 각기 처해진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문맥(context)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행론의 적용은 실제경험에 대한 표현이기에 단지 문자적 표현만 보면 해석에 착오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래서 보다 정밀하게 10간 12지를 활용하여 30개로서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서 10간 12지인데 왜 30개뿐인가 하면 10간에도 음양(+와 -의 방향성)이 있고 12지에도 음양이 있기 때문에 결국 30개(5x6)의 기본요소로 상황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유가 및 도가의 사상의 기저에는 음양오행사상이 깔려 있어, 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동양고전의 문장 속에 함축된 비유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더불어 동양의 문화권에서 중국화된 불교저술의 경우에도 심심치 않게 이러한 표현을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문으로 된 수행 관련문헌을 보면 물(水)과 불(火)로 성정(性情)을 설명하거나, 흙(土)에서 금(金)을 걸러내는 과정을 수행과정의 비유로 나타내기도 한다.


동양학에서 음양오행론의 사유체계는 당초 음양이라는 상대론이, 후일 독립적으로 발전된 오행이론과 결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물은 불을 이기고”, “흙은 물을 이기고”하는 단순한 의미만이 음양오행론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음양을 논 할 때는 이미 음양의 근원인 태극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음과 양은 단지 태극의 변화 상태를 가리키는 과정상의 두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태극은 주체요 음양은 변화라는 체용설이 성립된다.


이렇게 태극의 변화가 음양으로 대별되고, 이를 표현한 수화이론의 부연설명이 오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목(木)은 아직 발전중인 화(火)이고, 금(金)은 아직 진행과정 중인 수(水)라고 보는 것이다. 이때의 토(土)는 중(中)이라 표현하며, 목화금수의 4요소를 순환되게 하는 “과정상의 존재”라는 것이다. 불가 표현으로 토(土)는 가아(假我)에 해당한다. 동양에서는 토(土)로 대변되는 중(中)의 사상을 매우 중요시하였고, 이러한 중(中)은 다른 말로 조화 혹은 중용이라고 불러왔다.


이러한 중(中)의 논리 즉 “나를 낮추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려고 하는 노력”이 유가 및 도가의 실천수행론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불가의 중도와 상호 공감되는 바가 있다. 비록 인간의 감각과 인지의 한계를 벗어난 불법의 광대한 세계는 논외로 치더라도, 현대의 물질세계 및 생명에 대한 지식축적은 기존의 사대와 오행에 대해 새로운 해석이 가능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흔히 등한시되기 쉬운 실천수행 상에서 필요한 “몸의 이해”를 보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제홍 영국 뉴캐슬대학 화공학박사

출처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