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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⑩ 불교무술의 수행체계

slowdream 2008. 7. 16. 06:31

[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⑩ 불교무술의 수행체계

 

  몸공부-마음공부는 불가분 관계

  몸과 마음의 균형 깨지면 부작용

 

  요즈음 몸짱이니 얼짱이니 하는 신조어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몸을 단련한다고 하면 헬스센터에 가서 근육을 키우거나, 러닝머신에 올라 살을 빼는 것인 줄만 아는 경향이 있다. 만일 우리가 몸을 단백질과 지방으로만 이루어진 육신이라고 보면 이것도 일리가 있다. 그리고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는 동안, 어느 정도 전신의 기혈유통이 순조로워 질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가수행에서 몸공부라고 하면, 단지 몸수련으로 시작한다는 것이지 결코 마음수련과 별개의 것으로 보지를 않는다. 그러한 점은 동양의학에서 오장육부의 장기상태와 감정이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즉 건강한 상태란 몸과 마음이 혼연히 일치되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고, 몸과 마음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신경성 위장병이나 과민성대장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은 마음가짐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이고, 역으로 잘못된 식습관이나 몸의 자세로 인해 점차 사람의 기질이 변해가게 된다. 즉 몸과 마음의 균형이 깨져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불교무술적인 수행에서는 특히 몸과 마음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힘을 기(氣)라고 부른다. 정확히 말하면 여기서 말하는 기는 아래에 설명한 중기(中氣)를 의미한다. 불교무술수행 첫 단계에서는 이러한 중기를 느끼고 조절하는 가운데,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다스려 나가고자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라고 포괄적으로 말하지만, 세부적으로는 3가지 기(氣)가 관찰과 수련의 대상이 된다. 몸 자체를 유지하는 힘[筋氣], 마음자체를 유지하는 힘[心氣] 및 둘 간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中氣]이 그것이다. 그리고 몸과 마음이 혼연일치해서 구분이 안 되는 경지를 일컬어 본래 기운[眞氣]이라고 한다. 흔히 하는 말로 정신통일의 상태가 된다는 말이고 불가식 표현으로는 삼매(三昧)에 든다고 한다.

 

  그래서 몸으로 수련하는 경우에는, 제일 먼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는 결합력[中氣]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몸과 마음의 양쪽의 어느 쪽으로 쏠리더라도 오뚝이처럼 바로 설수 있는 힘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후 점차로 몸과 마음의 용량자체를 늘려 가는 과정은, 불교교리 공부를 통해 점차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무아(無我)로 나아가는 과정과 일치한다.

 

  결국 습관의 ‘나’를 넘어 무아를 증득하기 위해, ‘나’를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운영시스템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대상이 바로 눈에 보이는 육신의 몸,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기(氣)의 운행시스템, 그리고 마음이라는 운영시스템이 될 것이다. 이는 현대 과학에서 말하는 분자의 세계, 원자의 세계 및 양자역학의 세계와 각각 비견될 수 있다. 분자의 세계에 깊이 들어가면 원자의 세계가 나타나고, 더 깊이 들어가면 입자와 파동이 둘이 아닌 기묘한 양자역학의 세계가 들어난다.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몸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면 기의 세계가 나타나고, 더 깊이 들어가면 마음의 세계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각 세계는 각기 특징적인 운영시스템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을 뜻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 필요시에 멈추거나 사용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불교무술수행의 단계에는 3가지 운영시스템을 중지하거나 작동을 임의로 재개하는 두 가지 수련을 하게 되어, 모두 6가지 경우를 다루게 된다. 그리고 7번째로 나를 넘어서는 경계를 목표로 삼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불교무술수행이 단지 육신만을 단련하는 수련만이 아니고, 때로는 기를 수련한다고 하고, 때로는 묵묵히 앉아 좌선을 하는 이유를 이해 할 수가 있다. 이 모두가 ‘나’를 넘어서기 위한 단계적 불교수행법이다. 그래서 불교무술 수행자들은, 불교무술이란 밀교적 전통이나 혹은 동방불교전통에서 전개되어 온 또 다른 불교수행체계를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연제홍 영국 뉴캐슬대학 박사

  출처 법보신문 957호 [2008-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