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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⑬ 안법수련 4단계

slowdream 2008. 9. 9. 04:54

[연제홍 박사의 新교상판석]⑬ 안법수련 4단계
보고 듣는 데에도 다양한 차원 존재
감각 기능 넘어 자타불이의 세계로
기사등록일 [2008년 09월 04일 목요일]
 

우리는 어떤 사람이 이목구비(耳目口鼻)가 단정하다고 말할 때, 단지 외관의 수려한 용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정하다고 말할 때는 이미 이목구비의 보이는 육체적인 면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측면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불교수행에 있어서 이러한 이목구비에 대한 수행은 『능엄경』에 잘 설명되어 있다. 간략히 정리하면 이목구비에는 각기 4가지 다른 차원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차원은 육신의 기관으로서의 기능이요, 둘째 차원은 감정의 표현수단이요, 셋째는 정신의 표현수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차원의 기능은 ‘나’를 중심으로 쌍방향의 정보통신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차원은 앞의 세 차원을 통괄하는 ‘나와 너’를 넘어선 혼융일체의 차원이 된다.

 

이러한 육체적 기능 이외의 여러 차원은 우리의 평상시 대화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귀(耳)라는 것은 “저 사람은 말귀를 잘 못 알아들어!”에서 보듯이 이해력을 말하는 것이며, 눈(眼)이란 “저 사람은 눈썰미가 좋아!”라는 말이나 “저 사람은 눈치가 빨라!” 라고 말할 때처럼 상황판단을 잘한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입(口)이란 우리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이자, 사용하는 말을 의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코(鼻)는 “저 사람은 형사처럼 냄새를 귀신 같이 잘 맡아!” 할 때처럼 일종의 판단력과 예지력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불가(佛家)에서는 눈에 대한 여러 차원의 의미를 육안, 영안, 신안 및 불안(佛眼)이라고 나누기도 한다. 불교무술수련에 있어서도 안법(眼法)의 수련은 이러한 4가지 차원의 증득을 목표로 하게 된다.

 

제1단계는 육안의 단련으로, 눈을 함부로 깜빡이지 않는 훈련을 하게 된다. 더불어 눈앞을 스쳐가는 물체의 움직이는 궤적을 잘 파악하는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이러한 훈련은 여느 스포츠 종목에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라 할 것이다. 즉 육안의 초점을 자유자재로 옮기고 시야의 반경을 넓혔다 좁히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이는 무술수련시 나와 상대의 권장(拳掌)과 병장기의 궤적을 파악하는 것에 해당된다.

 

제 2단계는 허실(虛實)을 판단하는 공부이다. 외관상으로는 움직임이 포착되지만, 그것은 유인하는 술책이고, 실제 치명적인 공격이 숨어 있는 경우가 된다. 주로 이러한 공부는 기(氣)를 위주로 살펴보게 된다. 즉 육체만이 움직이고 그 안에 힘 또는 기(氣)가 실려 있지 않으면, 그것은 허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장면은 복싱이나 격투기의 페인트 모션(거짓 유인동작)에서 잘 나타난다.

 

제 3단계는 초식의 변화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서 초식이라는 것은 나와 상대의 공격과 방어가 연속적으로 변화해감을 의미하는데, 바로 이러한 초식의 변화를 얼마나 잘 습득하느냐가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불가용어로는 방편이라는 표현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제 4단계는 나와 상대를 활동반경을 하나의 원으로 보는 단계이다. 원의 중심에 나를 놓고, 상대는 원을 4등분한 4방향중의 한곳에 있도록 한다. 즉 나는 언제나 중심에 있게 되고, 상대는 외각에 위치하게 하는 공부이다. 이 단계는 매우 습득하기 어려운데, 그 이유는 외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늘 중심에 위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늘 나의 위치를 살펴서 중심으로 끊임없이 이동해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중심을 늘 유지하게 되면, 주변을 여유롭게 살펴볼 수 있는 심적 여유를 확보하게 된다. 여기서 나를 중심에 위치한다 함은 ‘나와 너’를 하나로 인식하는 ‘무아(無我)의 나’이자 부처의 눈(佛眼)이 될 것이다.

 

위에서는 주로 불교무술의 동공(動功)을 중심으로 외부의 상황에 대처하는 안법의 4단계 수련법을 기술하였지만, 정좌를 위주로 하는 정공(靜功)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결국 안법수련이란 현상 속의 실상을 바로 보는 견성공부와 일맥상통한다 할 것이다.

 

연제홍 영국 뉴캐슬대 박사


출처 법보신문 963호 [200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