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사람
누가 생각이 없으며 누가 생멸이 없는가.
만약 진실로 생멸이 없으면 불생멸도 없다.
나무로 만든 사람을 불러서 물어보라.
부처가 되기 위해서 공덕을 베푼다면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誰無念 誰無生 若實無生無不生
수무념 수무생 약실무생무불생
喚取機關木人問 求佛施功早晩成
환취기관목인문 구불시공조만성
- 『증도가』
흔히 일반적인 불교 상식으로 부처가 되려면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생각을 제거하여 무념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고, 생멸이 들끓는 현재의 상태에서 불생불멸의 경지를 터득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영가 스님의 말씀은 다르다. 어느 누가 불법의 궁극을 무념(無念)이며 무생(無生)이라 했던가. 실로 생각이 없고 생멸이 없다면 그것은 나무로 만든 로봇이다.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부처가 언제 목석이던가. 부처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생각과 생멸이 활발발하게 작용하는 대기대용(大機大用)의 존재다. 만약 어떤 과정을 거쳐서 생멸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된 공부라면 생멸만 없는 것이 아니라 불생멸(不生滅)도 없다. 불생멸이 없다는 것은 왕성하게 생멸한다는 뜻이다. 생각이 많고 생멸이 왕성해야 부처라는 뜻이다.
만약 무념과 무생이 불교 궁극의 경지라면, 무념 무생은 나무로 만든 로봇과 같은 존재이니 그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하고 있다. 무념 무생이 되기 위해서 공을 닦고 수행을 하며 좌선을 한다.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이른 경지가 저 나무로 만든 로봇과 같은 존재라면 로봇에게 물어보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다.
부처란 본래로 그렇게 존재하는 것임을 알면 그것으로 끝이다. 사람마다 수행하기 이전부터 본래로 갖추고 있는 것이며, 개개인이 가만히 있어도 모두 완전무결한 것이다. 달리 무슨 방법이 필요치 않다. 방법을 쓰면 오히려 어긋나는 것이 이 도리다. 이것이 불자의 견해며 선자의 안목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③ [무쇠소는 사자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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