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삶을 접은 유마 김일수 거사의 법문집.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로 4권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1권이 '위없이 심히 깊은 미묘법이여'이며,
'백천만겁인들 어찌 만나리' '내 이제 보고 듣고 받아지니니' '부처님의 진실한 뜻 알아지이다'로 이어진다.
유마 거사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하였으나,
우연히 원효 스님의 <대승기신론소>를 대하고 나서 불교에 점차 뜻을 두게 되었다.
처음 책을 접했을 때, 여느 평범한 불자마냥 부처님과 여러 선사, 선지식들의 가르침,
그리고 그에 따른 일상적인 수행의 모습이 드러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는 철저한 기우였다.
불법을 믿고 받아지니고 실천하는 부처님의 제자라 스스로 일컫고
자부하는 이땅의 숱한 수행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말씀말씀마다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는 깨닫지 않은 자의 입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사자후임에 분명하다.
부처님 가르침의 골수가 무엇인지, 달을 똑바로 가리키는 손가락인 유마 거사의 일갈에,
여러 경전과 논서, 절과 염불, 좌선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나'의 수행이 일순 발가벗겨지는 순간이다.
무엇보다도, 업보에서든 아만심에서든 스승 없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녹여내는
외로운 수행자들에게 더없이 큰 위안의 말씀이다.
유마 거사여, 다음 생에도 사바세계에 환생하셔서
온갖 욕망에 시달리는 중생들에게 감로수를 퍼부어주소서.
나무아미타불,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유마 김일수 지음 / 도피안사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