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 아첨과 방해, 교만함/ 부끄럼 없고 미안함이 없으며/ 산란함과 혼침/ 믿지 않음과 게으름
(諂與害 無慙及無愧 掉擧與昏沈 不信幷懈怠)
이것은 제13송이다. 이것들은 제12송 후반에서 열거한 분노(忿), 원망(恨), 감춤(覆), 고뇌(惱), 질투(嫉) 등을 포함해서 방일(放逸), 주의집중의 결여(失念), 산란(散亂), 잘못 이해함(不正知) 등 20개에 달하는 근본번뇌에 뒤따르는 번뇌 들이다.
제12송 후반에서 열거한 분노(忿), 원망(恨), 고뇌(惱), 감춤(覆), 질투(嫉)와 제13송 전반부의 기만(), 아첨(諂), 방해(害), 교만함, 인색함 등은 모두 6식에 상응하는 마음현상들로서 의식적인 분별심이다. 다시 말하면 어느 정도는 스스로 자각이 가능한 마음현상 들로서 오랜 동안의 습관에 의해서 발생되는 측면도 있다.
분노(忿)는 상대방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 상태를 말한다. 자신에게 해를 당하는 불이익의 상황에서 발생된다. 이것은 근본 번뇌인 성냄(瞋)과 같은 뿌리이다. 원망(恨)은 분노의 마음이 원인이 되어서 원망이 된다. 원망은 상대방을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지속적으로 마음에 품고 있을 때 발생된다. 반면에 고뇌(惱)란 원망의 결과로서 스스로 마음이 심히 괴롭고 비위가 상하여 다른 사람에게 난폭한 언사를 마구 내뱉는 것을 말한다.
감춤(覆)은 자신의 이익과 명예가 손상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여 자신이 범한 죄를 감추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근본번뇌의 어리석음과 연결된다. 왜냐하면 감춤으로써 미래에 더욱 큰 불이익이 닥쳐옴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질투(嫉)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시기하고 투정을 부리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기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이 덕이 있거나 어떤 지위에 있음을 속이는 것을 말한다. 아첨(諂)은 자신의 과실을 감추는 거짓된 방편으로서 간사하게 수시로 자신의 태도를 상황에 따라서 바꾸는 것을 말한다.
해침(害)은 살아있는 중생에 대한 해침을 의미한다. 자비심의 결여로서 살아있는 중생을 괴롭히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교만()은 자신에게 집착하여 자꾸 자신을 상대방에게 자랑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안심되는 것으로 어리석음의 일종이다. 특히 수행의 과정에서 깨닫지 못했으면서, 마치 깨달음을 얻는 사람처럼 거만하게 행세하는 것을 말한다. 인색함()은 물질적인 재산에 집착하여 그것을 과도하게 아끼는 마음으로서, 다른 사람에게는 보시하지 않는 마음현상이다. 여기에는 정신적인 보시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부끄럼 없음(無慙)과 미안함이 없음(無愧)은 대인관계에서 나타나는데 전자는 자신의 죄나 선행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대해서 후자는 미안함이 없는 것을 말한다. 전자는 옛 성현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스스로 자만하여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후자는 교만하여 다른 사람에게 못된 짓을 하고도 참회하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못한다.
산람함(掉擧), 혼침(昏沈), 믿지 않음(不信)과 게으름(懈怠) 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닌 자기 자신의 심리적인 측면과 직접 관련된 마음현상 들이다. 특히 이들은 제7식인 말라식과 상응된다. 산란함(掉擧)은 선정 가운데에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요동치고 떠돌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혼침(昏沈)은 마음이 가라앉아서 깊은 늪에 빠진 것처럼 무겁고 졸음이 다가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대상을 분명하게 볼 수 없는 눈이 어두운 상태로서 지혜의 개발에 장애를 입는다. 믿지 않음(不信)은 진리와 가르침과 도반을 믿지 않는 것으로 다른 번뇌의 마음현상을 더욱 자라나게 만드는 요소로서 작용한다. 게으름(懈怠)은 선한 행동을 하는데 게으르고 나태함을 말한다. 그로 말미암아서 오히려 악을 조장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출처 법보신문 975호 [2008년 11월 24일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