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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삼십송 강설]16. 선악 결정 못하는 마음현상들

slowdream 2008. 12. 3. 02:30

[유식삼십송 강설]16. 선악 결정 못하는 마음현상들
수번뇌는 알아차림과 이해가 중요
후회·수면·심사는 선악결정과 달라
기사등록일 [2008년 12월 01일 15:19 월요일]
 

방일, 알아차림의 결여 / 산란함, 정확하게 알지 못함 / 결정할 수 없는 마음현상은 / 후회, 수면, 반성과 조사의 마음현상들이다.(放逸及失念 散亂不正知 不定謂悔眠 尋伺二各二)

 

이것은 제14송이다. 4구 가운데 앞 2구는 근본 번뇌에 뒤따르는 번뇌의 마음현상이고, 뒤의 2구는 착함과 번뇌를 결정할 수 없는 마음현상들이다.

 

방일(放逸)은 열심히 해야 할 일을 방치하고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불교적 의미로는 잘못된 악을 막고 착한 마음을 닦아야 함에도 게으름을 피우는 것을 말한다. 해태(懈怠)와 방일은 거의 유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해태는 적극적으로 선한 일을 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실념(失念)은 알아차림(sati)의 결여를 말한다. 알아차림은 먼저 성인의 가르침을 기억을 해야 하고, 다음에 일상에서 이것을 알아차려서 잊지 않고 그 대상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것이 결여된 상태이다. 특히 유식에서는 정념(正念)이란 예전에 경험한 일의 영상을 마음속에 다시 생각하고 그것을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려서 고정시키는 것이다. 염불을 하면 부처님의 영상이, 호흡명상을 하면 호흡의 영상이 실질적으로 눈에 선명하게 보여서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정념이 없으면 수행을 계속할 수가 없다. 어떤 종류의 명상수행이든지 정념은 매우 중요한 필수적인 마음현상이다.

 

 산란(散亂)은 마음이 구름처럼 떠다니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대상에 마음이 집중된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마음이 돌아다녀서 혼란스런 상태를 말한다. 이런 마음이 있으면 결코 바른 알아차림을 할 수가 없다.

 

불정지(不正知)는 사물의 성격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사물, 현상에 대해서 착각하여 잘못 아는 것을 말한다. 그로 인해 잘못된 말과 행위를 불러일으킨다. 경전에서 정념ㆍ정지(正知, sampajana)를 보통 함께 쌍으로 설해지고 있다. 정념에 현재의 대상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말하고, 정지는 그 결과로 사물의 전체적인 성격을 분명하게 아는 것을 말한다. 전자가 일시적이고 부분과 관련된다면, 후자는 지속적이고 전체적인 사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양자는 분명하게 구별되고 그러나 양자는 늘 선후의 관계를 가지면서 이해된다.

 

이상으로 근본 번뇌를 뒤따라 일어나는 수(隨)번뇌의 마음현상 20가지를 열거하고 간단하게 설명을 하였다. 번뇌와 수번뇌는 마음을 반드시 물들게 하기 때문에 각각을 정확하게 알고 그것이 찾아오면 알아차리고(sati) 그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하는(sampajana) 일은 중요하다.

 

다음으로 선악을 결정할 수 없는 마음현상이다. 첫째는 후회(悔)이다. 일반적으로 후회는 자신이 한 일이나 행동에 대해서 후회하는 것을 말한다. 후회를 자주 하면 자신감이 결여되고 우울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다음에 더욱 분발하여 잘 하게 함으로 선악을 결정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다음은 수면(睡眠)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자꾸 고개를 떨구고 조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선정과 지혜를 개발할 수가 없다. 흐릿하지 않고 별처럼 성성하게 깨어있음을 강조한 것이지만, 수면 자체는 적극적으로 악을 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악을 결정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심사(尋伺)는 역시 함께 짝을 이룬다. 이들은 모두 사물을 탐색하고 조사하는 마음으로서 선악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마음현상으로 분류된다. 심(vitaka)은 대상으로 향하게 하는 마음현상이고 사(vicara)는 대상을 자세하게 살피는 마음이다.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그 결과로 원인을 조사한다면 이들의 관계가 잘 드러난다. 그러나 유식경전인 『해심밀경』에서는 이들을 위빠사나의 구체적인 형태로서 소개하고 있다. 이점은 초기불교에서는 이선(二禪)에서 사라지는 마음현상으로 간주한 반면에, 유식에서는 초선(初禪)에서 매우 긍정적인 측면에서 해석한 점은 주목된다.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출처 법보신문 976호 [2008년 12월 01일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