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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삼십송 강설]20. 변계소집성

slowdream 2009. 1. 2. 00:23

[유식삼십송 강설]20. 변계소집성
없음에도 실재한다는 ‘허망한 분별’
잘못된 분별 벗어나야 고통서 자유
기사등록일 [2008년 12월 30일 11:54 화요일]
 

이런 저런 분별로 말미암아 가지가지 사물을 두루 분별한다. 이렇게 분별에 의해서 집착된 것들은 스스로의 성품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 (由彼彼遍計 遍計種種物 此遍計所執 自性無所有)

 

 

이것은 제20송이다. 여기서부터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의타기성(依他起性), 원성실성(圓成實性) 등 유식의 삼성설(三性說)을 다룬다. 제20송에서는 첫째의 변계소집을 말하는데 이것은 ‘두루 분별하여 집착됨’을 말한다.

 

『성유식론』에서는 변계소집을 ‘허망한 분별(虛妄分別)’로 정의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한다고 분별하여 집착하기 때문이다. 초월적 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은 존재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그것에 집착한다. 자아의 존재가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구체적이고 확고한 증거가 없는데도 우리는 자아의 존재를 믿는다. 이런 것들이 모두 허망한 분별로서 변계소집이다.

 

다른 일상의 보다 손쉬운 예를 들면, 경전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용인데, 어떤 사람이 밤길을 가다가 뱀을 밟아서 놀람과 공포로 옆 사람을 껴안았다. 그때 옆 사람이 정말로 뱀이었나 의심을 하고 확인하였더니, 그것은 새끼줄이었다. 여기서 새끼줄을 뱀으로 착각한 것이 변계소집이다.

 

그러면 이때 무엇이 허망한 분별을 불러일으키는가? 이점에 대해서는 안혜와 호법의 견해가 있다. 안혜(Sthiramati)는 제8식을 비롯한 모든 의식이 물들어져서 허망한 분별을 일으킨다고 본다. 그 이유는 모든 물든 의식의 본질이 바로 분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호법(Dharmapala)은 허망한 분별을 야기 시키는 주범으로써 세계와 자아에 집착하는 제6식과 제7식을 지목한다. 전5식과 제8식은 이런 분별에서 벗어나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전5식은 언어적인 능력이 결여되어 있고, 제8식은 정보를 저장만 하지 스스로 선악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유식의 입장에선 변계소집을 고통과 고통의 원인으로 본다. 곧 사물을 존재하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왜곡시키는 것을 말한다. 위의 사례에서 새끼줄을 뱀으로 잘못 인식을 한 관계로 공포와 두려움의 고통을 느낀 것이다. 고통은 현실을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그것을 잘못되게 분별한다는 데 있다. 그런 까닭에 잘못된 분별을 교정하여 존재를 존재하는 그대로 수용하게 한다면, 고통으로 벗어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심리치료이다. 여기에는 3가지의 접근방식이 있다.

 

첫째는 잘못된 분별을 일으키는 내적인 공능, 습기, 종자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내적인 힘이 계속 권리를 주장하는 한에서 자주 재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은 쉽지만은 않다. 우선적으로 내적인 씨앗을 찾아내는 일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현대 심리학에서 이것과 유사한 전략을 선택한 학파는 정신역동이나 도식치료이다.

 

둘째는 잘못된 분별을 교정하는 일이다. 이것은 반대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그것이 뱀이 아니라, 새끼줄임을 확인하게 되면 쉽게 끝나게 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분명하게 존재하지 않을 때는 쉽지가 않다. 자아가 존재하지 않다는 증거는 쉽게 제시하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그 반대증거를 제시하여도 이것을 납득하지 않으면 폐기처분되기 십상이다. 이것은 인지치료와 매우 흡사한 전략이다.

 

셋째는 존재를 존재하는 그대로 수용하는 일이다. 이 일은 먼저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 곧 명상의 훈련이 전제가 된다. 외부의 사물은 쉽게 수용되지만, 자신의 내적인 심리현상을 그대로 수용하는 일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과 우울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다. 이것은 바로 명상수행의 힘에 의한 지켜보기의 힘에 의해서 가능하다. 이것이 2000년 이후에 등장한 제3세력으로서 명상치료의 전략이다. 하지만 명상치료의 경우도 전자의 전략들과 함께 통합적으로 운영된다면 효과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출처 법보신문 980호 [2008년 12월 30일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