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의 일을 화제삼지 말라
부처님이 라자가하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날 오후 비구들은 공양이 끝난후 식당에 둘러앉아 이러저런 얘기를 하다가 전생(前生)에 관한 얘기를 화제로 삼았다. '누구는 전생에 어떤 업을 지었으며 그 때 어떤 일을 얼마나 잘 하였을까' 하는 식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마침 부처님은 정사의 외진 곳에서 홀로 명상에 잠겨 있다가 소란스런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리자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너희들은 지금까지 무슨 얘기를 나누었느냐?"
"전생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앞으로 전생에 관한 얘기를 화제로 삼지 말라. 왜냐하면 그런 얘기는 진리를 알게 하는 것도 아니고 깨끗한 행위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지혜나 바른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열반으로 향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너희들이 마땅히 화제로 삼아야 할 것은 여래가 가르친 '괴로움의 진리, 괴로움이 뫼는 진리, 괴로움이 소멸된 진리, 괴로움을 소멸하는 방법에 관한 진리(四聖諦)'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화제는 진리를 알게하는데 도움이 되며, 깨끗한 행위와 참다운 지혜와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애서 진리에 관한 얘기를 나눌지언정 열반으로 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를 화제로 삼지 말라."
-잡아함 16권 424경 <숙명경(宿命經)>
부처님 제자 가운데 말룽가풋타라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형이상학적인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날 그는 부처님을 찾아와 단호한 질문을 던졌다.
"부처님께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언제나 세계는 영원한 것인가 유한한 것인가. 영혼과 육체는 동일한 것인가 별개인 것인가. 인간은 죽은 다음에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여래는 사후(死後)가 있는가 없는가...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매우 궁금합니다. 만약 여기에 답변을 주지 않는다면 저는 부처님 곁을 떠나겠습니다."
이 젊은 제자의 질무에 대해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말룽가풋타야.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독화살을 맞았다고 하자. 그의 친구들이 의사를 데리고 와서 치료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막상 화살을 맞은 사람은 이를 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를 쏜 사람이 누구인가. 어디서 쏘았으며 왜 쏘았는가. 활은 어떤 종류이고 무슨 독이 묻었는가. 이를 알기 전에는 화살을 뽑으면 안된다.'
말룽가풋타야. 만약 그의 말대로 이런 것을 알기 전에 화살을 뽑지 않는다면 그는 그런 것을 알기 전에 독이 퍼져 죽고 말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람이 '부처님이 세계가 유한한가 무한한가, 내세가 있는가 없는가를 가르쳐 주지 않으면 나는 수행하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는 내가 그것을 다 설명하기 전에 죽게 될 것이다.
말룽가풋타야. 세계가 끝이 있든 없든, 내세가 있든 없든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있다. 나는 현세에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기르치는 것이다."
중아함 221경 <전유경(전유경)>에 나오는 유명한 독화살의 비유다. 이 얘기는 부처님의 관심이 어디에 잇으며 불교가 축하는 것이 어디에 있는가를 말해주는 가르침이다. 한마디로말해 부처님은 이러한 문제에 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 불교의 일관된 관심은 그런 슬데없는 논쟁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받고 잇는 괴로움을 해명하는데 있음을 말해준다.
호사가들에게는 이런 화제에 대해 박식하면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종교생활을 하는 사람은 그런 것보다 진리와 수행과 거룩한 것에 대해 얘기하고 명상하는 것이 더 좋다. 전생얘기 같은 것은 잘못하다가 신비주의에 빠지거나 쓸데 없는 상상에 매달리게 할 뿐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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