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선언' 속에 담긴 뜻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바라나시의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교진여를 비롯한 다섯명의 비구를 교화하고 다시 야사와 그의 친구 60여명을 교화한 부처님은 어느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나는 이미 천상과 인간의 모든 인연과 속박에서 벗어났다. 너희들 또한 그러한 속박의 밧줄로부터 벗어났다. 이제 너희들은 세상으로 나가라. 그리하여 세간의 안락과 모든 사람들의 이익을 위하여 설법하라. 세간으로 나갈 때는 두 사람이 한길로 가지말고 따로따로 다녀라. 이제 나도 우루벨라의 세나니가마(兵將村)로 가리라."
-잡아함 39권 1096경 <승삭경(繩索經)>
이른바 부처님의 '전도선언'으로 불리는 이 말씀은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과 <사분율(四分律)> 32권에도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들 두 자료는 이 경에 나오는 말씀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예컨대 '설법을 할 때는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으며, 끝도 좋도록 의리와 표현을 고루 갖추어야 한다..... 세상에는 더러움이 적은 삶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들도 설법을 듣지 않으면 타락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설법을 듣는다면 타락에서 벗어날 것이다....'라는 말씀도 있다.
이 짧은 경전은 부처님의 전도선언은 전도의 목적이 무엇이고 그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간명하게 요약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첫째는 어떤 사람이 전도에 나설 자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경전은 '신과 인간의 사슬에서 풀려난 사람'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남을 가르칠만한 지혜와 니격을 가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자격에 대해서는 교리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부처님은 전도에 나서는 제자들과 자신을 가리켜 '나와 너희들은 이미 속박의 밧줄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고 있다. 제자와 스승의 인격이 같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사분율>과 같은 자료에 따르면 최초로 다섯제자를 교화한 다음 부처님은 자신을 포함해 '이 세상에는 이제 여섯명의 아라한이 있다'고 말한 대목이 있다. 제자들도 자신과 같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선언하는 말이다. 이 대목은 부처님이라는 인격이 접근불가한 초인적 경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는 전도의 목적이다. 이에 대해 이 선언은 '세간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것은 곧 중생제도를 위한 대자대비의 발로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특히 '두사람이 같은 길로 가지 말고 한사람씩 다니라'는 말씀은 전도에 대한 부처님의 열망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가를 엿보게 한다.
셋째는 설법의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선언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으며 의리와 표현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이치에 맞고 논리정연한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또한 정법에 어긋나는 내용을 두서없이 멋대로 지껄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경계한 것이기도 하다.
한편 이 전도선언에는 또 '비록 더러움이 적은 사람도 설법을 듣지 않으면 타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포함돼 있어서 주목된다. 이 부분은 설법을 들어야 하는 대상이 놓인 상태가 어떤가를 설명한 것이다. 전도선언은 이에 대해 이미 타락했거나 타락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곧 타락할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이 사실을 경고하고 구제의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음만 깨끗하면 된다'면서 절에 나와 설법 듣는 일을 게을리 하는 건방진 불자들에게 던지는 부처님의 경고이다.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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