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잡아함경

사람을 믿지 말고 진리를 믿으라

slowdream 2009. 6. 2. 07:10

사람을 믿지 말고 진리를 믿으라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머물고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가르치셨다.
"진리를 믿지 않고 사람을 믿으면 다섯가지 허물이 생긴다.
만약 자기가 믿는 사람이 대중으로부터 비난받거나 버림을 받으면 그는 실망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였는데 대중들은 그를 비난한다. 이제 나는 누구를 믿고 절에 갈 것인가.' 이것이 첫 번째 허물이다.
만약 자기가 믿는 사람이 계율을 범하거나 어기면 그는 실망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였는데 그는 계율을 범하였다. 이제 나는 누구를 믿고 절에 갈 것인가.' 이것이 두 번째 허물이다.
만약 자기가 믿는 사람이 그 절에 있지 않고 다른 곳으로 떠나면 그는 실망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였는데 그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제 나는 누구를 믿고 절에 갈 것인가.' 이것이 세 번째 허물이다.
만약 자기가 믿는 사람이 도를 닦지 않고 속세로 돌아가면 그는 실망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였는데 그는 세속으로 돌아갔다. 이제 나는 누구를 믿고 절에 갈 것인가.' 이것이 네 번째 허물이다.
만약 자기가 믿는 사람이 목숨이 다해 죽게 되면 그는 실망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를 존중하고 공경하였는데 그는 죽었다. 이제 나는 누구를 믿고 절에 갈 것인가.' 이것이 다섯 번째 허물이다.
이리하여 그는 마침내 절에 가지 않게 되고, 절에 가지 않으면 스님들을 공경하지 않게 된다. 스님들을 공경하지 않으면 설법을 들을 수 없고, 설법을 들을 수 없으면 진리를 등지거나 물러나게 된다. 이것이 사람을 믿고 공경함으로써 생기는 다섯가지 허물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마땅히 부처님과 교법과 승단과 계율에 대한 무너지지 않는 깨끗한 믿음을 갖고 자나치게 사람을 의지하거나 믿지 말라."
                                         

     잡아함 제30권 837경 <과환경(過患經)>

 

부처님이 이 경에서 지적하고 있는 허물은 실제로 우리들의 신행생활에서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절에 나가다 보면 실망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큰 실망은 스님들이 도덕적으로 비난받는 일을 했을 때다. 인간적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회적으로 불교와 스님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매도하는 여론이 들끓을 때면 차라리 불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싶은 심정이다.


절에서 나쁜 일이 생길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가족이나 친지들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오는 경우다. 불교전체, 스님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변명을 하지만 이들은 옛날의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꺼내면서 빈정거린다. 화를 낼 수도 없고 싸울 수도 없고 괜히 스님들이 밉고 원망스러워 진다. 이럴 때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세상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숨었다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부처님은 이런 중생의 마음을 미리 헤아리고 계신 듯하다. 오히려 얼마든지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럴 때 어떻게 처신하고 마음을 달래야 할지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의 방법도 별로 신통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로 인해서 '진리의 길'에서 물러나는 일마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공경하고 따르기 보다는 가르침 자체를 믿고 따르라는 지극히 '부처님다운 말씀'이다. 하긴 속담에도 '부처님 뵈러 절에 가지 스님 뵈러 가나.' 라는 말이 있기는 하다. 진리를 믿지 않고 사람을 믿다가 생기는 실망을 경계한 말일 것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