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중아함경

06. 부처님은 길 안내자

slowdream 2009. 6. 2. 07:57

06. 부처님은 길 안내자

 

 

부처님이 사위성 동쪽 녹자모강당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수학자 목갈라나가 찾아와 이렇게 물었다.


"부처님. 누구든 10층까지 오르려면 1층부터 차례로 올라가야 합니다. 야생의 코끼리는 순서에 따라 다루어야 길들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공부하는 수학도 순서에 따라 배워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도 이와 같이 순서에 따라 공부하는 길이 마련돼 있는지요?"


"물론 그렇다. 나의 가르침도 순서를 좇아 공부하는 방법과 길이 마련돼 있다.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교단에 들어오면 먼저 계율을 지킬 것을 가르친다. 그 다음에는 육근(六根)을 잘 지키라고 가르친다. 그 다음에는 혼자 숲 속의 고요한 곳에서 탐욕과 분노와 혼침과 불안과 의혹을 벗어나 지혜로서 번뇌를 제거하도록 가르친다. 그 뒤에 다시 모든 집착과 불선(不善)에서 벗어나 무상안온의 경지에 도달하는 길을 가르친다."


"그렇게 수행하면 반드시 모두 구극의 경지인 열반에 이르는지요?"
"어떤 사람은 열반에 이르지만 어떤 사람은 이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정녕 열반이라는 경지가 있고, 거기에 이르는 길이 있으며, 또 부처님이 거기에 이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데, 왜 누구는 그곳에 이르고 누구는 이르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대에게 한가지 묻겠다. 누가 그대에게 왕사성 가는 길을 물었다 하자. 그대는 그 길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그러나 그가 가리켜준 길이 아닌 엉뚱한 길로 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저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다만 길을 가리켜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바라문이여. 그와 같다. 정녕 열반이라는 목적지가 있고, 가는 길도 있으며, 길을 가리켜주는 사람도 있다. 내가 바로 그 안내자다. 내 제자가 내 말을 믿고 그 길을 걷는 사람은 구극의 목표인 열반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개중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 사람에 대해서는 나도 어찌할 수 없다. 나는 다만 길을 가리키는 사람일뿐이기 때문이다."


                    중아함 제35권 144경 <산수목건련경(算數目 連經)>

 


불교수행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가. 이 간단하고 기본적인 질문이야말로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두어야 할 상식이다. 만약 이 상식을 무시하고 불교를 말한다면 처음부터 과녁을 잘못 겨냥하고 화살을 쏘는 것처럼 엉뚱한 결과만 초래하고 말 것이다.

이 경전은 바로 이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첫째 불교수행의 목표는 참다운 행복의 성취다. 열반은 불교식으로 표현하는 행복이다. 모든 번뇌와 고통이 사라진 상태가 열반이므로 이것만이 참다운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와 같은 행복에 이르는 길은 무엇인가. 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삼학도(三學道)요 팔정도(八正道)다. 오직 부처님이 일러준 그 길로만 가면 누구든지 열반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부처님을 삼계의 대도사(大導師) 즉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길 안내자라고 한다.


불교의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별도로 애써서 새로 깨달을 필요도 없다.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를 진리로 믿고 그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기차가 레일 위를 달리면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듯이 부처님이 닦아놓은 철길인 삼학도와 팔정도를 닦기만 하면 누구든지 최상의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불교를 믿는다'는 것은 이 사실을 믿는 것을 말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부처님이 가리켜준 큰길을 놔두고 엉뚱한 길에서 헤맨다. 무엇인가 특별한 진리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가 하면, 입으로는 자비를 외치면서 손으로는 미움의 채찍을 휘두른다. 절에 갈 때의 마음과 절 문을 나서는 마음이 다르다. 말과 행동, 앎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것을 우습게 여긴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부처님 제자라도 열반에 이를 수 없다. 이것이 이 경의 가르침이다. 말을 강가로 데려는 가도 강제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족 한마디 덧붙이면 이 경에 등장하는 산수목갈라나는 바라문 수학자다. 10대제자의 한 사람인 마하목갈라나와는 다른 인물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