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인간의 더러운 속성 몇 가지
부처님이 박계수의 조산 포림에 머물고 있을 때 사리풋타도 부처님과 함께 있었다. 어느 날 사리풋타는 부처님을 대신해서 인간의 더러운 속성과 그에 따른 수행자들의 태도에 대해 비구들을 가르쳤다.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 자기 안에 더러움이 있지만 그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 자기 안에 더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고치려는 사람, 자기 안에 더러움이 없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 자기 안에 더러움이 없음을 알고 앞으로도 더러움이 끼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사람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더러움이 있으면서 그것을 모르는 사람, 더러움이 없으면서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하천한 사람이다. 그러나 더러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고치려는 사람, 더러움이 없음을 알고 더러움이 끼지 못하도록 단속하는 사람은 수승한 사람이다."
이때 한 비구가 일어나 궁금한 점을 물었다.
"존자여. 왜 어떤 사람은 더러움이 있는데도 수승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더러움이 없는데도 하천하다고 하나이까?"
"더러움이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은 그것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또 더러움이 없는 것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더러움이 끼어도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부지런히 닦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둘을 하천한 사람이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러움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고치려고 한다. 또 더러움이 없는 것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더러움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이 둘을 수승한 사람이라 한다."
"존자여. 그러면 무엇을 가리켜 더러움이라 하나이까?"
"욕심에서 생기는 나쁜 행동을 더러움이라 한다. 예를 들어 계율을 범하고도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기를 바라거나, 남이 알게 되면 부끄러워하기보다 오히려 화를 내고 좋지 않은 마음을 품거나,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지적하면 가만히 있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지적하면 좋지 않은 마음을 품거나, 대중 가운데서 대접받기를 원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좋지 않은 마음을 품거나, 자기만이 부처님께 질문하고 또 부처님이 자기만을 위해 설법해주기를 바라거나, 이런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좋지 않은 마음을 품는 것이 곧 더러움이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항상 이와 같은 더러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아함 22권 87경 <예품경<濊品經)>
모든 경전은 부처님이 설법한 내용만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 경에서 보듯이 장로 제자 가운데 부처님을 대신해 설법한 내용도 경장(經藏)에 포함돼 있다. 장로들의 설법을 부처님의 설법과 똑같은 권위를 지닌 경전으로 인정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대신 전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대신해 가장 많이 설법한 사람은 장로 사리풋타다. 그는 부처님보다 나이도 많았거니와 지혜도 뛰어나고 비유가 풍부해서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쉬웠다. 이 경은 그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으며, 또 얼마나 쉽게 가르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사리풋타가 여기서 거론하는 인간의 더러운 속성은 사실 누구에게나 있는 약점이다. 잘못을 범하고도 감추려고 하고, 남이 알면 도리어 화를 내고, 누가 그것을 지적하면 앙심을 품는 것은 흔히 목도하는 일이다. 하기는 그러니 우리가 중생이지 달리 중생이겠는가.
하지만 우리도 언제까지 못난 중생노릇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중생노름에서 벗어나야 괜찮은 인간이 될 터인데 그러자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자기의 허물을 덮어두지 말고 바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허물을 다시는 범하지 않게 된다.
<나선비구경>에 보면 '잘못인줄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나쁜가'라는 질문에 '모르고 짓는 죄가 더 나쁘다'는 말이 있다. 왜냐하면 난로가 뜨거운 줄 아는 사람은 손을 댔다가도 금방 떼지만 모르는 사람은 오래도록 있다가 손을 떼기 때문에 더 깊은 화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도 같은 뜻이다. 폭력배들이 용감한 것은 정말 무식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자기의 허물을 모르는 무식이야말로 가장 천박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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